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7일 상장기업이 원할 경우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시가총액이 7억달러를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되는 이번 조치는 기업의 회계 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SEC는 현재 적용되는 미국 회계기준인 GAAP를 국제기준인 IFRS로 바꾸기로 하고,첫 단계로 미국 내 상장 대기업이 2010년부터 원할 경우 IFR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가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사에 대해선 2014년부터 의무적으로 IFRS를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EC는 2010년 이후 IFRS 운용 결과 등을 검토해 2014년부터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EC는 시가총액이 7500만달러를 밑도는 소규모 기업들은 2016년부터 IFRS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SEC의 이 같은 방침은 60일간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조치로 약 110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IFRS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마이크로소프트 알리안츠 등 다국적 금융회사들과 대기업은 SEC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GAAP는 IFRS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미 의회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금까지 써온 것과 국제기준 간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회계기준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과 산하 증권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잭 리드 상원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