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인 박모씨(56.주부)는 이달 초 입주를 위해 아파트 열쇠를 받으러 갔다 시공사 직원이랑 실랑이를 벌였다. 시공사 직원은 "조경을 고급으로 꾸미는데 들어간 15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내고 해당 금액의 지출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서는 열쇠를 내줄 수 없다"고 버텼고 박씨는 "추가분담금 징구는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결국 박씨는 추가분담금을 내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나서야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다음날 바로 재건축조합 측에 동의 철회서를 냈다.

29일 입주를 시작하는 인근 잠실4동 '파크리오'(잠실시영 재건축) 조합원인 김씨(58.주부)도 입주를 앞두고 추가분담금을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조합의 추가분담금 징구에 동의를 하지는 않지만 입주를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추가분담금 납입을 반대하는 다른 조합원들과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8일 잠실 일대 재건축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 시점에 '때아닌' 추가분담금 문제로 조합원과 조합,시공사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단지 조합들이 착공 전 관리처분총회에서 결정된 추가분담금 외에 공사 말기에 조경 고급화 등을 명목으로 별도로 증액된 추가분담금을 걷으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리센츠 조합은 입주를 2개월가량 앞둔 지난 5월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과반수 참석,참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구당 1500만~2500만원(총 494억원)의 추가분담금 증액을 결정했다. 석재공사,고급 수종의 나무 식재 등을 통해 단지를 고급화한다는 이유였다. 마찬가지 이유로 파크리오 조합도 지난해 12월 총회를 열어 가구당 800만~1600만원(총 395억원)의 추가분담금 증액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추가분담금 징구는 일반 안건과는 달리 조합원 5분의 4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재건축 추가분담금이 처음 사업 결의 당시와 비교해 통상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할 경우 이는 재건축 결의의 변경에 해당,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특별결의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두 단지 시공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A건설사 관계자는 "파크리오는 현재 서면결의로 동의율 80%를 넘겼고 리센츠는 일부 조합원들의 동의 철회로 80%에 갓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파크리오 조합원 김씨는 그러나 "동의한 주민들 명단 공개를 조합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실제 동의율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입주를 앞둔 상태에서 받은 서면결의 자체가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세양의 홍성필 변호사는 "조합원들이 입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분담금 납입에 서면으로 동의했다면 자의로 결의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동의율 80%를 넘어도 법적 분쟁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