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솟은 신비 미소가 흐른다...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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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시엠립은 앙코르 유적으로 알려진 곳이다. 수많은 '사원의 도시'로 유명한 이곳의 숨겨진 매력은 현지인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길을 가다 눈이 마주치면 낯선 이에게도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여유다. 돈을 달라고 손 내미는 가난한 아이들도 많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없다. 유유자적한 시엠립 사람들 만큼이나 길거리의 강아지들에게도 특유의 느긋함이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드러누워 조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내쫓지 않고 가만가만 피해 다니며 생명에 대한 너그러움을 드러낸다.
◆현지인처럼 즐기기=현지 식당에서 가장 먹을 만한 것은 볶음밥이다.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는 것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여독이 풀린다. 둘을 합쳐도 3000~4000원에 불과하다. 짠돌이 배낭족들이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이유다.
시엠립에서 이동할 때는 '툭툭'이 편리하다.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들이 인력거를 끌어준다. 툭툭은 거리에 넘쳐나기 때문에 운전사와 충분히 흥정해도 된다. 호텔에서 시장,레스토랑,사원 등지로 이동할 때는 1~2달러,온 종일 이용할 때는 10달러 안팎이면 족하다. 시엠립의 거리 풍경 사이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상큼하다. 다만 툭툭이 달릴 때 피어오르는 흙먼지는 피할 수 없다.
올드 마켓은 시엠립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장이다. 도시 남쪽 강변에 위치한 시장으로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주요 품목은 채소 과일 생선 등 생필품이지만 관광객이 많아지면 기념품들을 많이 내놓는다. 가장 살 만한 것은 여성용 스카프다. 캄보디아 전통 문양도 특색 있는 데다,색감도 좋다. 실크의 품질도 나쁘지 않다. 두어 종류를 저렴한 가격에 사서 가을 패션 코디에 활용하기 좋다.
◆신들이 잠든 곳,앙코르 유적지=12세기 중반에 건축된 앙코르와트는 폭 200m의 해자와 5.5㎞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자는 신들의 바다를,성벽은 신성한 산맥을 상징한다. 앙코르와트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려면 손과 발을 다 이용해 기어올라야 한다. 이곳을 지은 크메르족이 신을 향한 경배의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 급경사로 만들었다고 한다.
앙코르톰의 바이욘 사원은 유일하게 불교식이다. 다른 사원들은 대부분 힌두신 혹은 조상을 위한 곳이다. 사원 외벽은 부조로 장식돼 있다. 전쟁에서의 승리와 국민의 생활상들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오래된 사원의 기괴함을 느끼고 싶다면 타 프롬이 단연 최고다.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이곳은 엄청나게 큰 나무가 성벽 위에서 자라나 벽을 타고 내려오며 땅으로 뿌리를 박고 있다.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일출과 일몰은 프놈 바겡에서 보는 것이 좋다. 붉은 태양 빛에 물든 캄보디아의 대지가 또 크메르인의 예술성이 어디서 왔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사원 구경을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수상마을 톤레삽 호수도 볼 만하다. 동양 최대의 담수호인 톤레삽 호수는 경상남도 면적의 2.5배다. 우기가 되면 호수 면적이 5배 정도 불어난다. 흔들리는 수상 가옥 위에서의 생활이 신기하기만 하다. 구경이 끝나면 자신도 모르게 찍은 사진을 액자로 들이미는 아이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