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한국형 해수담수화 겸용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교과부는 스마트 기술 검증을 위해 내년부터 4년 동안 700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을 위한 표준설계인가가 나올 때까지 총 1700억원이 필요한 만큼 1000억원가량은 민간자본에서 유치할 방침이다.


◆기술개발률 70% 도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 독자 모델로 개발 중인 스마트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설치하기 좋으며 안전성은 국내에서 가동 중인 대형 원전에 비해 100배 정도 높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수출용으로 기술개발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자했다. 설계에서부터 전산코드,원자로 등 핵심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관련 특허만 50건 출원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스마트에 큰 관심을 표현할 정도로 외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앞서 있다.

스마트는 정부로부터 2007년 대형 국책연구개발 사업화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중반 갑작스러운 암초를 만났다. 이 기술에 대한 경제성을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오면서 예산 지원이 잠정 중단된 것.올 2월에는 평가를 담당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스마트는 빛도 못 보고 사장될 위기를 맞았다. 현재 스마트의 기술개발률은 70% 정도다. 요소기술이나 설계에 필요한 기술들은 이미 완료됐으며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술검증과 표준설계인가 단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4년 안에 개발 완료할 것

정부가 스마트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KDI가 평가할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시 경제성 평가에서는 유가를 배럴당 37달러로 계산했으나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다. 게다가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중소형 원자로의 장점이 부각됐고 특히 해외에서 이 기술에 대한 수출 문의가 늘면서 스마트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 특히 4년만 더 지원해 주면 반드시 기술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원자력연구원 측의 설득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구원 스마트 개발팀의 김긍구 박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예산을 지원받게 되면 이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민간 투자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4년 후 기술개발이 완료되고 표준설계인가를 받으면 기술을 이전 받은 투자 기업은 곧바로 중소형 원자로 수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필리핀,IAEA 등에서 원자력연구원 측에 공동 건설과 국제 협력을 제의하는 등 스마트에 대한 수출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향후 중소형 원전의 세계시장 규모를 3500억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용어풀이

◆표준설계인가=원자로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를 문서화하는 작업.이를 바탕으로 안전성 평가 기관에서 인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