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 대출을 억제하면서 영세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환율 급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늘고 있지만 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중기 대출 증가세 하락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은행들의 중기 대출 증가세는 큰 폭으로 둔화했다. 국민은행의 중기 대출 증가액은 7월 9000억원에서 8월25일 현재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캠페인을 통해 지난 상반기에만 중기 대출을 8조8000억원이나 불렸다.

신한은행의 8월 증가액도 2800억원으로 지난달 63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이달에 6900억원을 늘렸지만 7월 증가액 1조1000억원보다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중기 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건설업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인 경우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7월 중순부터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대출의 기한 연장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으며 자금을 일정 한도만 배정해 그 범위 내에서 대출해주고 있다. 우리은행도 경기에 민감한 '특별관리 업종' 대출은 본부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추석자금 공급계획도 발표 안해

해마다 추석자금 공급계획을 요란하게 홍보해왔던 은행들이 올해는 조용하다. 우리은행은 예년과 같은 특별우대 조치 없이 추석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한해 9월 말까지 5000억원 한도 내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금리를 최대 연 2.69%포인트까지 우대하고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연장이나 재약정 조건을 완화해줬으나 올해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일반 대출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신한과 하나은행도 각각 5000억원 한도로 추석 자금을 편성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3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7000억원을 중소기업에 특별공급하고 영업점장 금리 감면권도 0.3%포인트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