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대 광안대교를 타고 해운대 쪽으로 향하다 보면 눈앞에 눈부신 야경이 펼쳐진다. 쭉쭉 뻗은 40∼60층짜리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의 최고급 주상복합단지 '마린시티'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나?" 외지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란다. 이미 이 지역은 10여개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해 4000가구 이상이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곳은 한 세대가 보통 200㎡ 규모로 강남의 도곡동,경기도 분당의 정자동과 같이 고급 주상복합타운으로 상징성이 강한 고급 주거지로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한 세대가 보통 200㎡ 규모로 강남의 도곡동,경기도 분당의 정자동과 같이 고급 주상복합타운으로 상징성이 강한 고급 주거지로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아파트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는 부산지역 아파트 177채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몰려 있을 정도다. 시세는 대부분 10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해도 부산 부자동네로 손꼽혔던 부산진구 성지곡수원지일대와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과 KBS 인근,동래구 우장춘도로 일대,식물원 인근 부자들이 이전해오면서 마린시티는 부산 최대의 신흥 부촌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분양가가 껑충 뛰었다. 5년 전 만해도 700만∼800만원하던 분양가(3.3㎡)도 2000만원대로 올랐다. 바다 조망이 좋은 고층의 대형 평형일수록 비싸고,높은 상승세를 보인다.

2003년 12월에 분양한 트럼프월드 마린 261㎡의 분양가는 6억3200만원이었으나 현재 13억~15억원까지 올랐다. 분양가 대비 2~3배가량 급등한 것.이 시기에 분양한 하이페리온 등 비슷한 규모 대의 다른 주상복합타운도 보통 4억∼5억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해운대 우동의 센텀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대부분 몇 년째 비틀거리고 있는 것과 달리 해운대 마린시티 내 주상복합단지만이 부자들이 몰려들면서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린시티는 부산에서 새로 만들어진 신흥부촌이다. 입주자는 기업오너,전문직종사자,의사와 판사,변호사,교수 등 지역 상류층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일부 기관장 등의 사택도 이곳에 있다. 지난해 이곳으로 이사온 이진태 협신철강 회장은 저녁에 운동삼아 누리마루APEC하우스가 위치한 해운대 동백섬을 3∼4바퀴 돌면 보통 아는 기업인이나 기관장 등을 10명 이상 만난다며 갈수록 부산에 돈 번 사람들이 이곳에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에 내려온 서울 출신의 한 기관장은 "바로 거주지가 공기가 쾌적한 바닷가가 있어 매일 산보하는 것이 제일 즐겁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마린시티 찬사론을 펼쳤다.

이곳에서 주상복합단지를 조성 중인 대원플러스 최삼석 사장은 "신흥 부촌으로 입지가 굳어지면서 부산상공회의소 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뿐 아니라 분양자 가운데 창원과 울산지역 거주자도 20%나 된다"며 동남권의 최고급 거주지로 자리매김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의 대기업들이 외국손님을 위한 영빈관이나 별장 개념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린시티에 이처럼 부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우선 천혜의 입지 덕택이다. 걸어서 10분거리에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다. 해안 방파제를 따라 산책할 수 있고 광안대교가 펼치는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별장형 주거단지라는 명성을 얻는 이유다.

인근에 부산에선 유일하게 최고급 유통과 문화 시설 등이 몰려있다는 점도 마린시티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차로 5분거리에 롯데와 신세계 백화점,대형할인점은 물론 은행,병원과 고급레스토랑,수입가구점,카페,영화관,미술관,전시관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방사선처럼 펼쳐져 있다.

부산시는 이곳을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거리도 추진 중이다. 거주자들은 고객들과의 만남도 주로 파라다이스와 조선비치호텔 등 7곳의 해운대 특급호텔에서 하고 있다. 새벽과 아침에 호텔 사우나와 온천 목욕탕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교제할 수 있어 생활과 사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부자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생활보호 시스템도 최적상태다. 외부 간섭을 차단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데다 단지 안에서 생활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들어서면 마치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첨단 보안시스템이 외부 방문자를 통제하고 겹겹이 보안장치가 마련돼 있다. 주거와 상가는 완전 분리돼 있다.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운동공간과 와인클럽,패밀리 노래방 뮤직스튜디오,미니 시네마,취미공간,북카페,도서실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아파트 내에서 웬만한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스타공인중개사 사무소 김숙 소장은 "앞으로 부산에서 이곳을 능가하는 동네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면서 "부산의 부자들은 모두 이곳에 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 들어 부쩍 부자뿐 아니라 부자가 되려고 하는 중산층 사람들까지 몰려들면서 부산의 강남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