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의 주인공은 183cm 키에 몸무게 192kg 서른다섯 이정선(35)씨.
정선씨는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 앞에 서면 매일같이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출근하기 위해서는 현관문을 열어야 하는데 문 밖을 나선 순간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이 그녀에겐 두렵다 못해 공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선 순간, 몸에 촉수들이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어가는 정선씨. 남들이 10분이면 가는 길을 30분이 넘도록 걸어 가야한다. 도로를 건널 때도 사람들과 마주봐야하는 횡단보도가 아닌, 그녀에겐 험난하기만 한 육교를 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집 안에 틀어박혀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 할 만큼, 외출을 두려워하는 정선씨.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하는 생계가, 그리고 허리와 다리가 아픈,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는 그녀는 은둔생활을 할 수 없다.
하루 12시간이 넘도록 악착같이 일을 하고, 17번이나 월세방을 전전하면서 평생 고생만 해 온 엄마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집 한 채를 사드리고 싶은 꿈을 가진 그녀.
그녀 자신은 괜찮지만 고생을 많이 해서 몸 어디하나 성한 데 없는 엄마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셋방을 전전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던 정선씨는 점심을 굶어가며, 두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걸어다니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
그리고 정선씨는 그녀 나이 서른, 10년을 고생해 드디어 집을 장만했다. 크고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집을 갖게 된 두 모녀.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같이 일했던 시장 사람에게 보증을 섰던 엄마. 그 보증이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온 생활이었지만 아직 젊기에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정선씨는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일어설 힘이 없었다. 그냥 될 때로 되라였다. 삶의 의욕도, 미련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24시간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집에서 지낸 8개월이란 시간동안 늘어난 것이라곤 몸무게뿐이었다.
자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던 정선씨. 그런 그녀가 다시 일어서리라 마음먹었던 건, 어머니 때문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조금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다음 달 월세와 수도세, 전기세 등 공과금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하지만 정선씨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가 지켜야할 엄마를 위해… 그리고 이젠 그녀 자신을 위해…
정선씨의 소박한 꿈과 생활이 방송을 타면서 시청자들의 응원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청자는 정선씨를 향해 '팔방미인'이라고 칭찬하며 그녀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응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