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가 서울 강남 입성을 노릴 절호의 기회가 왔다. 돈이 없어 집 장만도 어려운데 웬 강남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렴한 전세가격으로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 주택 '시프트(SHift)'가 오는 10월과 12월에 강남을 포함해 서울 곳곳에서 공급된다. 서울시가 직접 지어 분양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데다 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20~30% 정도 싸다. 시프트라는 이름은 아파트의 개념을 '사는 것(투자)'에서 '사는 곳(주거)'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강남.서초.강동구 등 교육과 교통,편의시설이 뛰어난 강남 지역에서도 시프트가 대거 나오면서 장기전세로 강남 입성을 노리는 청약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 따르면 연말까지 공급하는 시프트는 총 2654가구로 집계됐다.

SH공사가 직접 분양하는 시프트가 2곳에서 1776가구,재건축단지에서 나오는 시프트가 16곳에서 878가구가 공급된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곳은 우수한 입지로 눈길을 끄는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임대 679가구다. 반포 주공 2~3단지 재건축 물량으로 오는 12월 공급된다. 주택 규모별로는 반포 2단지의 경우 59㎡형 266가구,3단지는 59㎡형 315가구,84㎡형 98가구 등이다.

2단지는 지하철 3.7호선 고속터미널역이 가까운 데다 내년에는 지하철 9호선까지 단지 인근에 개통될 예정이다. 주변 교육시설로 세화여중.고,세화고,반포고,서울고 등이 있다. 또 생활.문화시설로 센트럴시티,신세계백화점,예술의전당,강남성모병원,한강시민공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동쪽 강동구 강일지구의 경우 오는 10월 시프트 170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주택 크기는 59㎡형 909가구,84㎡형 328가구,84㎡ 초과 470가구 등이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인근 택지개발지구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곳이어서 쾌적한 환경이 장점이다. 교육시설로는 고덕초,강덕초,고덕중,상일여중,광문고,한영외고 등이 있다. 인근의 고덕지구 편의시설 이용도 가능하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서도 주상복합 아파트의 형태로 다음 달 시프트 69가구가 선보인다. 이 중 84㎡ 초과 중대형 물량도 37가구가 공급된다. 2호선 상왕십리역과 1호선 신설동역이 이웃해 있으며 한양대 앞으로 특화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아직까지 명확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 기존 임대주택법에 따라 청약자격이 정해진다. 즉 전용면적 60㎡ 미만 국민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청약요건이 까다롭다.

전용 59㎡형의 경우 서울에 사는 무주택 세대주로서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282만원) 이하,보유 재산 중 토지는 5000만원(공시지가 기준),자동차는 2200만원(현재가치 기준) 이하여야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입주자는 순위별로 선정한다. 1순위는 청약저축 월 납입금 24회 이상,2순위는 6회 이상 납입한 자로 순위별 경쟁이 있을 때에는 점수가 높은 순으로 결정한다. 점수는 세대주 나이,부양가족 수,서울시 거주 기간,미성년 자녀 수,부양 중인 노부모 수,청약저축 추가 납입 횟수 등을 따져 계산한다.

전용 84㎡형은 입주조건이 단순하다. 일단 소득에 제한 없이 서울에 사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청약할 수 있다. 1순위는 청약저축 월 납입금 24회 이상,2순위는 6회 이상 납입한 자로서 순위별 경쟁 때에는 청약저축 납입 횟수에 따라 입주자를 결정한다.

반포주공 2~3단지 등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하는 시프트는 청약통장 없이도 청약이 가능하다. 5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서 해당 자치구에 오래 거주한 순으로 입주자를 결정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장기전세는 재계약 때 전세 보증금 상승폭이 연 5% 수준으로 제한돼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한 게 인기 요인"이라며 "따라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장기전세 주택 선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