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공급' 가격 비싸고 대상자 많아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인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활용해 서울 강남에 입성할 수 있을까. 결론은 신혼부부가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제도를 통해 강남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양가가 워낙 비싼데다 까다로운 청약자격 요건으로 청약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일대 새 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2500만원 선.80㎡(24평)형이면 6억원인 셈이다. 사회 진출 경력이 짧은 신혼부부가 마련하기에 쉽지 않은 금액이다. 월 수입이 많다 하더라도 소득과 관련한 청약자격 조건으로 인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도 많다.

소형 분양주택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분양받기 위해서는 월 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의 70%(외벌이 기준)가 넘으면 안 된다. 올해는 연봉으로 계산하면 3085만원 이하 소득자여야 한다. 남녀 맞벌이일 경우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의 100%가 적용돼 4410만원 이하여야 청약이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는 '래미안 서초 스위트'(삼호가든 2차 재건축)는 지금까지 서울 지역에서 공급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중 가장 많은 19가구가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마감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신청한 청약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그동안 강북 지역에서 공급된 신혼부부 주택이 인기를 끈 것과 대조적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인근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높지는 않았지만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종자돈이 충분치 않은 신혼부부들이 청약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건축 후분양 아파트여서 잔금 마련 기간이 촉박했던 점도 신혼부부들의 접근을 가로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셋값이 저렴한 재건축 시프트(SHift.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역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아니어서 기대할 물량이 없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주택법 하위 법령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반면 서울시 등 지자체가 매입해 공급하는 재건축 시프트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아 공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시프트는 5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서 해당 자치구에 오래 거주한 순으로 입주자를 결정한다"며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도입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라 하더라도 강남에 입성하려면 유망지역의 일반 분양아파트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요건을 갖춘 신혼부부만도 12만가구로 추산된다"며 "무작정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기다리기보다 여유가 된다면 유망 지역에 청약을 계속 시도하는 전략이 더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