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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avo! My life] 셀트리온 부사장 김용직 "쉼없이 두드려라, 드럼은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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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보컬 또는 기타리스트의 몫이다. 무대의 가장 뒤편에 자리잡은 드럼은 웬만해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박자의 지휘자'인 만큼 연주가 시작되면 드러머는 단 한순간도 쉴 수 없지만,대중들의 환호성은 보컬이나 기타리스트에게만 쏠린다. 그래서 김용직 셀트리온 수석부사장(52)은 드럼을 '배려와 희생의 악기'라고 부른다. '주연'인 보컬과 기타를 돋보이게 하는 묵묵한 '조연'이란 이유에서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대표 주자이자 세계 3대 CMO(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인 셀트리온에서 생산 업무를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1~2주일에 한 번씩 후배 직원들과 함께 회사 한 쪽에 마련된 자그마한 연주실을 찾는다. 이곳에 들어서면 김 부사장의 직함은 '생산본부장'에서 사내 밴드인 'cGMP(current Good Music Practiceㆍ최신 우수 음악 관리기준)의 드러머'로 바뀐다. 2006년 설립 이후 매년 한 차례 사내 공연을 가진 cGMP는 올 연말에 3회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드럼은 지난 30년 동안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오죽하면 연주시설을 갖춘 술집을 찾아 드럼을 쳤겠습니까. 그게 소문이 났는지 후배들이 사내 밴드를 만들면서 저를 끌어들입디다. '드럼 스틱을 놓은 지 30년이 지났는데 잘 될까' 걱정도 많았지만 곧바로 음감이 되살아나더군요. 아마도 제 핏속에 '쿵쿵'거리는 드럼의 박자가 녹아들었나 봅니다."

    김 부사장이 드럼과 인연을 맺은 때는 한양대 공업화학과에 입학한 1976년이었다. 서울고 재학시절 '음악 동지'들과 맺은 "대학생이 되면 밴드를 결성해 공연 투어를 다니자"는 약속을 실행에 옮긴 것.장현봉 목원대 토목학과 교수와 황두진 서울예전 연극과 교수 등이 그와 뜻을 같이 했다.

    고교시절 에릭 클랩튼 같은 기타리스트를 꿈꿨던 김 부사장은 자칭 '기타에 목숨을 건' 동료에게 흔쾌히 무대 앞자리를 내줬다. 남은 자리는 드럼뿐.떠밀리듯 맡았지만 그는 이내 두 손과 두 발을 따로 놀려야 하는 드럼 특유의 매력에 푹 빠졌다.


    드럼은 오른손으로 '하이햇'을 8번 칠 때 왼손은 '스네어'를 4번만 두드리고,오른발과 왼발은 각각 4번과 2번 페달을 밟는 식으로 연주한다. 많은 초보자들이 이런 '끔찍한 엇박자'에 질려 드러머가 되기를 포기한다.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드럼의 비트를 머리 속으로 외웠어요. 그러고 난 뒤 입으로 드럼 소리를 내면서 직접 쳐보는 겁니다. '쿵쿵,탁탁,챙~' 연습장은 2평 남짓한 제 방이었습니다. 방음을 한답시고 온 벽을 두툼한 이불로 둘러쌓았지만 한두 시간만 지나면 이웃집에서 신경질을 내며 찾아오곤 했죠."

    김 부사장이 몸 담은 그룹사운드는 대학가 축제에 초청받을 정도로 꽤나 인기있는 밴드였다. 환호성 속에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연주할 때면 마치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인 존 본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러머 김용직'의 전성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대학 2학년까지만 연주활동을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것.아끼던 드럼까지 내버렸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 부사장은 필라델피아대학과 메릴랜드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친 뒤 '바이오 의약품 전문가'로 거듭난다. 특히 1990년대 글로벌 제약사인 박스터에 몸 담으면서 세포 배양에서부터 단백질 정제,동결 건조 등 바이오 의약품 생산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바이오 의약품이란 미생물 세포 등에서 생산한 성분으로 만든 약으로,기존 화학 합성 의약품보다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은 덕분에 차세대 의약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 및 관리가 워낙 까다로운 탓에 대량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관련 경험을 두루 갖춘 김 부사장의 도움이 절실했고,김 부사장은 2002년 셀트리온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셀트리온은 2006년 국내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ㆍ최신 우수 제조 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드럼을 치다 보면 가끔 경영 관리의 지혜를 깨우치는 '덤'까지 얻게 된다고 말한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 최고의 하모니를 이룰 때 관객이 감동할 만한 멋진 연주가 나옵니다. 어느 하나가 너무 튀거나 자기 몫을 못하면 박수를 받을 수 없지요. 결국 다른 악기를 배려하고 가끔은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로 구성된 밴드만이 진정한 뮤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 놓더라도 팀워크 없이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지 않나요."

    오상헌/김병언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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