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라고 하면 흔히 단기간에 값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찾아내서 재빠르게 돈을 몰아 넣었다가 1~2년 만에 2~3배의 수익을 내고 빠져나가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기가 쉽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의 '단기 고수익' 사례가 재테크 서적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높여 놓은 탓이 크다. 투자를 해 놓고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44)은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에 대해 '환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안정성 △수익성 △유동성 등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 가지 원칙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투자에 앞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돈을 불리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돈을 모으기 전부터 목적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주택 마련 자금으로 얼마,결혼 자금으로 얼마,노후 자금으로 얼마를 각각 모아야겠다고 결정한 다음 목표에 맞는 투자처와 투자 상품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1년 이내에 써야 할 돈을 높은 수익률만 보고 주식이나 펀드에 집어넣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얘기다. 1년 이내에 써야 할 돈은 예금이나 CMA 같은 단기상품에,3~5년 이상 묻어둘 수 있는 돈은 주식 또는 펀드에 투자한 다음 이 모든 것에 대한 안전장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다.

투자는 이 같은 계획이 모두 정해지고 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마지막 단계의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구체적인 목표 없이 찾아오는 고객은 PB 입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지금 10억원이 있는데 이걸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하는 식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간혹 있어요. 하지만 똑같은 10억원이라도 이게 전 재산인지 여윳돈인지,금융자산인지 부동산인지에 따라 재테크 전략은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도 무작정 10억원을 어디에 투자해야 되느냐고 할 것 같으면 조언을 해 드리기가 쉽지 않죠."

탁 팀장은 요즘처럼 주식 부동산 할 것 없이 침체기에 있는 상황일수록 스스로의 투자 목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펀드를 팔아야 하는 건지,아니면 1~2년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등의 고민도 단지 수익률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5년 만에 2배의 수익을 얻고 팔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펀드라면 1~2년 지난 시점에서 평가손실이 났다고 해서 환매를 고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펀드의 경우 재작년부터 작년에 걸친 강세장에서 연간 40~50%의 수익을 내는 상품이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펀드를 통해 1년에 50% 가까운 수익을 얻는 건 평생에 한두 번 있는 일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연 수익률이 20% 아래로만 떨어져도 마치 큰 손해를 본 것처럼 생각하는 거죠.사실은 연간 10%의 수익만 내도 고수익이거든요. 15~20%를 벌었으면 팔고 나오는 것이 현명합니다. "

그는 최근의 하락 장세에서 실망하기보다는 투자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면서 주식시장을 떠나 버릴 겁니다. 막연한 생각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투자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죠.반면에 교훈을 얻는 투자자도 많을 겁니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유동성도 고려해서 투자를 해야 하고 뭐든지 '몰빵'은 위험하다는 걸 깨달은 투자자들은 보다 성숙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겠죠."

그는 나이가 젊을수록 단기 고수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률을 높이는 건 투자 대상 자체의 수익률보다 투자하는 기간과 돈의 크기라는 설명이다.

"1000만원을 종잣돈으로 해서 60대 이후의 노후자금으로 5억원을 만든다고 했을 때 20대 투자자는 연간 10%의 수익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50대 투자자는 매년 40~50%씩의 수익을 내야 합니다. 일찍 시작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또 일찍 시작했다면 너무 조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그는 또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몸값을 높이는 것이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봉을 2배로 높인다면 종잣돈이 2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소비 지출을 줄여서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저만 해도 20대에 재테크를 잘하지 못했어요. 요즘 일부 젊은이들이 하는 것처럼 명품을 즐겨 쓰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에 보태주느라 쓴 돈도 많았고 어떻게 재산을 늘려야 할지를 잘 몰랐죠."

따라서 그가 권하는 현명한 투자의 첫 번째 실천사항은 지금 당장 자신의 소비 지출을 분석해서 어떤 것이 불필요하고 얼마를 줄여야 할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는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만 모아 적금을 들어도 은퇴 이후의 노후자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테크를 무슨 대단한 기술인 것처럼 여기거나 돈을 벌려면 눈치가 빠르고 시류를 잘 타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세운 뒤 과욕을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

탁 팀장은 올해로 은행 경력 25년의 베테랑 PB로 상반기 신한은행의 베스트 PB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20대 여성들의 실전 재테크 전략서인 '스타벅스 10잔으로 시작하는 여우 재테크'가 있다.

글=유승호 기자/사진=양승석 인턴(한국외대2년)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