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순다라벳 태국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도인 방콕에서 지방으로 확산돼 푸껫 등 공항 3곳이 폐쇄됐다.

태국 남부 지방인 송클라와 푸껫 지방의 주민 수천명은 29일 오후 공항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 푸껫 핫야이 크라비 등 공항 3곳이 폐쇄돼 태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도 발이 묶이게 됐다.

농성을 벌인 주민들은 사회단체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의 지휘 아래 수도인 방콕 시내 중심가의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몬루디 켓판드 태국공항공사(AOT) 대변인은 "시위대가 공항 주차장을 점거하고 활주로를 차단해 공항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도인 방콕에서는 시위대 2000여명이 방콕 시내 경찰청사로 몰려가 난입을 시도하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 저지됐다. 이들은 시위대 10여명이 부상하자 관련 진압 경찰을 시위대에 넘겨줄 것을 요구하며 경찰청 난입을 시도했다. 앞서 정부청사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 1만여명은 즉각 해산을 요구하는 법원 명령서를 고지하기 위해 농성 장소로 진입하려는 경찰과 충돌했다.

또 태국 북동부의 교통 중심지인 나콘 라차시마 지역의 기관사를 포함한 국영철도 노조원 240명이 휴가원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동조파업을 벌여 이날 35개 노선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사윗 캐완 국영기업노조연맹 사무총장은 "철도노조는 국영기업인 전력과 수도 공사 노조와 파업 확대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항공사 노조위원장도 조합원 1500여명에게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동조파업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사막 총리는 이날 국방위원회에서 군 수뇌부와 두 차례 비상회의를 갖고 "시위가 격화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찰의 철수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격화되면 30일 열리는 왕실 경축행사가 끝나는 대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PAD는 2006년 탁신 치나왓 당시 총리의 권력남용과 비리를 비판하며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끈 주역이다. 군부는 그해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16개월간 군정을 거친 뒤 치른 총선에서 지난 1월 탁신 전 총리의 최측근인 사막 순다라벳을 중심으로 한 연립 정부가 탄생하게 돼 PAD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PAD는 지난 5월25일 시위를 시작해 탁신의 꼭두각시인 사막 총리가 태국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며 전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정국혼란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3개월간 태국 증시는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SET지수는 29일 684.44를 기록하며 지난 5월 말 이후 22% 폭락했다. 바트화 가치도 같은 기간에 6.65% 급락하며 불안감을 더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