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문정희 '부부'중에서-


바람을 헤치고 비를 맞으며 왔다. 물결치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가끔 따뜻한 햇살도 스쳐 지나왔다. 부끄러움을 지우고 부족함을 덮으며 그렇게 낮은 곳으로 오래 흘러왔다. 사랑이란 말도 사치가 돼 버렸지만 몸짓과 눈빛 만으로도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일상의 위대함을 강물처럼 풀어 마음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어가는, 너무 멀리 와서 이젠 돌아가기 어려운 어디쯤. 그곳에 부부가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