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중앙대 교수ㆍ경제학>

'네가 먹는 것이 너다(You are what you eat).'

1960년대 출현한 사이키델릭 히피밴드와 가수들의 공연을 묶은 영화 '1968'의 이름이다. 이 말은 그 이후 유행하기 시작해서 오늘날 미국,영국에서 제작되는 수많은 영양 및 다이어트 관련 TV 쇼와 책의 표제(表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독일의 유물주의 철학자 포이에르바흐(Ludwig Feuerbach,1864)가 창조한 잠언(箴言)으로 "인간은 그가 섭취한 바로 그 자체"란 의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우리의 근현대사는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란 선언은 바로 그가 오래 전에 섭취한 양식(糧食)이다. 그는 1980년대 운동권 역사책인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탐독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1948년의 남한 단독정부수립이 한반도 분단의 원흉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그 이후 형성된 소유와 권력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임기 간 존재한 과거부정,증오와 분열의 정치는 그 훨씬 이전에 결정된 것이다. 1980년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 좌파이념과 서적,그 사도들과 전교조의 의식교육이 쌓여 386좌파정권,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관념을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는 오늘 우리 청소년이 섭취하는 의식이 결정한다. 10년 좌파정권이 실패해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우리의 문화와 교육주체도 교체됐는가?

금성출판사 발행의 한국 근ㆍ현대사는 현재 고교 교과서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다. 몇 가지만 인용해보자."한반도 분단은 미군의 남한 '점령' 탓이 훨씬 더 크다. 소련군은 '해방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 "민족정신에 토대를 둔 새로운 나라의 출발은 수포로 돌아갔다,…주요 자리에 친일 행위를 한 인물들을 등용하고," "북한은 주체사상을 토대로 둔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했다.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 "우리경제가 해결해야 할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사회 각층 간의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고,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금성교과서는 60년 대한민국역사를 부정한 탄생,분단국가의 책임자,외세의존,독재와 항쟁의 과정,피폐한 민중의 삶,자본주의의 모순으로 규정하다시피 한다. 국가를 세우고 지키고 세계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경제발전,자유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땀과 지혜,의지와 열정,프라이드와 포부는 이 교과서에 없다. 반면 북한은 자주적,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사회주의 국가다. 신(神)처럼 전지전능하고 불멸하는 지도자,소멸된 인민의 자유와 인권,기근과 아사(餓死),폐쇄되고 고장 난 경제체제,감옥 같은 국가와 탈출하는 국민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 학부모들은 그 자식들의 태반이 이런 의식교육을 섭취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좌파 지식의 전파자들이 그 학도의 장래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지만 청소년시절 시대착오적 의식에 세뇌된 아이들은 거짓 선동자들의 꼭두각시로 이용될 뿐,글로벌시대 자유,개방,경쟁세계에서 낙오자가 된다. 올바른 교육은 자녀들에게 부모의 재산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좌(左) 편향 역사교과서와 반(反)시장적 경제교과서를 재편해 배포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고 박차를 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새 교과서는 2010년에나 출판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그 대용(代用)교과서로는 교과서포럼이 출판한 '한국근현대사'와 전경련의 '경제교과서'(2007년 5월)가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학교에 이 교과서 채택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