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마니아 겨냥 '新콘텐츠' 쏟아진다
KT, 5년간 5000억 투자… 케이블 수준 넘는 '맞춤채널' 인기끌듯


#1.프랑스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은 지난해 초부터 개인방송 형태의 'TV 페르소'를 시작했다. TV 페르소는 시청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나 메시지를 전송하는 일종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방송이다. 한국 UCC 사이트 '아프리카'와 비슷하지만 인터넷방송을 TV로 옮긴 형태다. 후발 사업자였던 프리텔레콤은 이처럼 새로운 콘텐츠와 방송.인터넷.전화 등을 묶은 저렴한 상품에 힘입어 가입자 200만명을 보유한 프랑스 1위 사업자가 됐다.

#2.홍콩의 최대 IPTV 사업자인 PCCW는 출범 초기부터 홍콩에서 축구의 인기도가 매우 높다는 것에 착안,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독점 중계하며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지상파 방송에 목매지 않고 140여개의 채널을 확보했고,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골라 볼 수 있는 '알 라 카르테' 요금제도 선보였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방송만 골라보며 시청료를 줄일 수 있었고 이는 PCCW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IPTV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케이블TV,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 방송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가족이나 마니아층을 겨냥한 새 콘텐츠 확보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이 때문에 KT,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국내 IPTV 사업자들은 콘텐츠 투자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KT는 앞으로 5년간 IPTV 콘텐츠 확보에 약 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400억원 규모의 'KT 글로벌 뉴미디어 투자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영화,드라마,생활,레저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워너브러더스,디즈니,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를 포함,약 300개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LG데이콤은 고화질(HD) 콘텐츠 확보를 통해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올 연말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주문형 비디오(VOD)를 2만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처럼 주요 IPTV 업체들이 자체 콘텐츠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실시간 방송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초기 시장 정착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IPTV 사업자들에 콘텐츠 이용 대가로 연간 수백억원대의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전문가들은 지상파 채널 확보도 필요하지만,지상파 방송사에 끌려다니는 현 구조를 바꾸고 IPTV가 진정한 뉴미디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유의 '양방향성'을 살린 콘텐츠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용훈 오픈IPTV 사장은 "새로운 플랫폼에는 새로운 콘텐츠가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열린 사고로 재테크나 웨딩 카페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방송 콘텐츠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부원장은 "우리만의 방송 포맷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