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지난달 29일 개막한 전자제품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 Ausstellung) 2008'의 소니 부스에서 만난 이 회사 마케팅 팀장은 오는 12월 판매 예정인 세계에서 가장 얇은 9.9㎜ 두께의 LCD TV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브라운관 TV 시대부터 30여년 동안 TV 시장 1위를 지켜온 소니가 2006년 삼성전자에 1위를 내 준 이후 1위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왔으며,이번 IFA가 반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니의 전력투구는 전시장 면적에서도 드러난다. 소니는 전시회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5950㎡(1800평) 규모의 부스를 준비했다. 지난해 IFA에서 이 회사가 빌렸던 전시장 면적의 5배 수준이다.
마케팅 비용도 아낌없이 풀었다. 소니는 전시회에 내놓은 제품을 소개하는 옥외광고를 베를린 공항과 주요 건물에 내걸었다. 전시회장 주변에는 광고물을 부착한 트럭까지 동원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도 출동했다. 그는 행사 개막 하루 전날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0년까지 전 세계 TV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2006년 TV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소니와의 점유율 차이를 지속적으로 넓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삼성과 소니의 시장 점유율은 20%와 13%로 차이가 7%포인트에 달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전자와 소니코리아를 거쳐 지난해 레인콤 대표가 된 이명우 사장은 두 회사 부스를 둘러본 뒤 "삼성전자가 최근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30년 이상 세계 최고의 전자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축적한 소니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지적했다.
'30년 1위'도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1위 반열에 오른 지 3년 남짓에 불과한 삼성전자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베를린(독일)=송형석 산업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