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환자 수가 늘어나는 암이다. 2000년 1457명에서 2006년 3436명으로 6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을 정도다. 최근에는 '국내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3.2명이 전립선 암으로 추정된다'는 대한비뇨기과학회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급속한 노령화 탓에 '선진국 암'으로 꼽히는 전립선 암이 대한민국 중년 남성을 위협하게 된 셈이다.

전립선이란 방광 아래 밤알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남성 생식기.이 곳에 생기는 전립선 암은 50대 이상 중년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아버지의 암'이란 별명은 이래서 붙었다. 전립선 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10년 생존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자비로운 암'이지만,불행하게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런 만큼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 PSA 수치가 3~4ng/㎖ 이상이면 일단 병원을 찾아 조직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암세포가 전립선을 벗어나지 않은 1~2기 환자는 수술 또는 방사선 요법 등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 이 때 보조적으로 남성 호르몬이 생기는 것을 막아 주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립선 암은 남성 호르몬을 먹고 사는 만큼 이런 약이 인체에 투입되면 암세포가 작아지거나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남성 호르몬의 95%는 고환에서 생성되고,나머지는 부신에서 나오는 만큼 전립선암 치료제도 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는 의약품으로는 애보트의 '루크린'(성분명 류프로렐린)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졸라덱스'(고세렐린)가 쌍벽을 이룬다. 이들 제품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 호르몬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거세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과거에는 고환을 제거했지만,환자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발기 부전 등을 안긴다는 점에서 요즘에는 약물 치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부신에 작용하는 항(抗) 남성호르몬 제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카소덱스'(비칼루타마이드)가 독보적이다. 암 진행을 막는 효과가 뛰어난 데다 대다수 복용자가 성 기능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등 부작용이 적은 게 이 제품의 장점이다.

이들 의약품은 암세포가 전립선을 벗어나 주변으로 전이되는 3기부터 본격적으로 처방된다. 대개 두 종류의 치료제를 함께 쓴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는 전립선 암의 '먹이'를 차단해 성장을 가로막을 뿐 암세포를 죽이지 못한다는 게 한계다. 일정 시간이 흘러 암세포가 호르몬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남성 호르몬 없이도 성장하는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발달하게 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