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흔적조차 없고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다. 농부는 가을걷이로 들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예년보다 빠른 추석에 미리 벌초나 성묘하러 다니는 인파로 고속도로는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다. 청명한 날씨에 야외 나들이도 잦아졌다. 이런 계절에는 뜻하지 않은 가을철 열성 전염병으로 고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3대 가을철 전염질환의 원인과 예방,치료법을 최준용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쯔쯔가무시병=2005년부터 3년간 매년 6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들쥐에 붙어사는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쯔쯔가무시균이 체내로 들어올 때 발병한다. 농촌 주민이 전체 발병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나 나머지는 군인 등산객 등 다양한 직군에서 나타나고 있다.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오한,두통,피부발진,림프절비대,간과 비장의 커짐,결막충혈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기관지염,간질성 폐렴,심근염,수막염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발진은 발병 후 5∼8일께 몸통에 주로 생기며 진드기가 문 곳에 피부궤양이나 검은 부스럼 가피(딱지)가 형성될 수 있다. 피부발진과 가피가 특징적이므로 이런 표시와 함께 감기 몸살이 동반될 경우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가피가 없거나 열나는 기간이 짧은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치료는 독시사이클린 항생제를 사용하며 투여 후 36∼48시간이면 해열이 된다.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으므로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이다. 유행성 출혈열,렙토스피라증과 구분해야 하며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는 없다.

◆유행성 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주로 늦가을에 많이 발생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450명이 감염됐으며 전체 감염자의 절반이 넘는 284명이 10∼11월에 걸렸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경기도 한탄강 일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다음으로 충남이다.

이 병은 들쥐(등줄쥐)의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그 속에 있던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로 침투하면서 전염된다. 도시의 시궁창에 사는 쥐나 실험실 쥐도 바이러스를 매개할 가능성은 있다. 잠복기는 2∼3주로 초기에는 오한 두통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점차 심한 고열,저혈압,신장기능저하,출혈(혈뇨),폐부종을 유발한다. 콩팥에 문제가 있던 사람은 요독증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예방접종이 나와 있으나 효능에 대한 논란이 많아 전방부대의 장병이나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 등 고위험군에만 선별적으로 접종하고 있다. 들쥐의 배설물에 접촉하지 않고 늦가을(10∼11월)이나 늦봄(5∼6월)에는 풀밭 위에 눕거나 앉지 말아야 한다. 항체검사로 확진할 수 있고 렙토스피라증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으며 감염 후에는 항체가 생겨 수십년간 유지되므로 재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증상에 맞는 적절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렙토스피라=1998년 이후 매년 100명 이상이 감염되고 있다. 들이나 야산의 습지성 논에서 서식하는 들쥐에 의해 감염된다. 들쥐의 배설물과 이것으로 오염된 흙과 물에 피부나 점막이 닿으면 렙토스피라균이 혈액을 따라 퍼지면서 체내 장기의 여러 부위에 혈관염을 초래한다. 이 병은 감염 후 7∼12일이 지나면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 심한 독감으로 오인하기 쉽다. 일부 환자들은 열은 떨어지지만 눈이 충혈되고 간과 비장이 커지면서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엔 폐출혈로 객혈하거나 피가 섞인 가래를 배출하고 호흡곤란과 함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페니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