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키로 한 국민연금이 풋백옵션(매도선택권)이 보장돼야만 기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강력한 풋백옵션 요구는 인수전에 참여하는 다른 금융사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한 포스코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 중 어떤 컨소시엄과 손을 잡더라도 풋백옵션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풋백옵션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의 종잣돈'인 국민연금의 투자 안정성을 보장받는 게 더 중요하다"며 "변형된 형태가 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 투자에 있어서 풋백옵션은 꼭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데다가 환율 상승으로 조선사의 수익성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장 조선사 보유 주식에 대한 리스크 분석에 착수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순께 어떤 컨소시엄에 참여할지를 최종 결정하는 대체투자위원회를 열기 전에 리스크관리위원회도 소집하기로 했다. 개별 투자 건에 대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신중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리스크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위험관리의 기본방침 수립 등 전반적인 투자 방향만 다뤄왔다.

리스크위원회 개최에 앞서 이미 직접 출자한 사모펀드인 신한PEF를 통해 회계법인 등에 용역을 줘 인수전에 참가한 컨소시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자금동원 능력은 물론 투자금을 회수시켜 줄 능력이 있는지부터 실제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등을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대체투자) 외에도 주식이나 해외투자 등 다른 투자에서도 최근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불안 등으로 투자위험이 커지면서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