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인데…,대목은커녕 손님 구경하기도 힘드네요. 고향에도 안 가나봐요. "

지난 30일 새벽 1시 동대문 평화시장.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37.여)는 "올 설에는 손자들 설빔이라도 해주는 손님들이 있어 숨통이 트였지만 이번 추석에는 설보다 매출이 30%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천안에서 올라온 상인 임모씨(45)는 "작년 추석대목엔 한번에 300만원씩 물건을 떼갔는데 요즘엔 70만원어치만 받아간다"며 "그나마 잘 안 팔려 차비 빼면 남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에서는 대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명절 특수를 누렸던 제수용품이나 의류 그릇 등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재래시장 경기를 가늠하는 5가지 바로미터인 약국 박카스 판매량,봉투 판매량,주차장 지방차량 대수,은행 예금액 등은 모두 작년 추석시즌에 비해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동대문시장도 추석대목에다 가을 의류 신상품 수요를 기대했는데 되레 작년보다 물동량이 30% 줄었다.

작년 닷새였던 추석연휴가 올해엔 사흘로 짧아졌고 물가는 뛰었는데 추석상여금 봉투는 더욱 얄팍해졌다. 이에 따라 귀성을 포기하고 고향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선물만 보내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택배수요만 부쩍 늘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추석선물 판매를 시작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미리 선물을 보내려는 소비자들로 붐볐지만 구매단가는 크게 낮아졌다. 대형마트에선 정육세트보다 1만~2만원대 김.멸치세트나 생활용품세트만 잘 나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만~10만원짜리 와인세트가 예약판매의 절반을 넘을 만큼 실속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