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일본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난해 8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돌연 사퇴에 이어 후쿠다 총리마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낙마해 여당인 자민당의 집권 능력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이달 중 실시할 총재 선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총리 후보를 내세워 향후 총선거 등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신임 총리로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가장 유력하다. 신임 총리는 일단 새로운 내각 진용을 갖춘 뒤 정국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달중 중의원 해산ㆍ총선거를 단행,국민들에게 신임 여부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1일 밤 사퇴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이날 '방재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그가 오후 늦게 아소 다로 간사장과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을 관저로 불러 회의를 갖기 전까지 측근들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쿠다 총리의 사퇴는 예고됐던 일이란 분석이 많다. 작년 9월 취임한 후쿠다 총리는 올 들어 20~30%대의 낮은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민연금 부실기록,방위성 뇌물비리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진 데다 그 같은 악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게 결정적 이유였다.

최근엔 자신이 직접 임명한 오타 세이치 농림수산상이 정치비용 세금계산서를 편법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후쿠다 내각의 지지율은 29%로 지난 8월 초 조사 때보다 9%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같은 낮은 지지율로는 참의원(상원격)의 여소야대를 돌파해 각종 현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 팽배했다.

정부와 여당은 당장 이달 말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해 연말 감세 조치를 위한 세제개편, 테러대책 지원법 연장 등 굵직한 현안들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더구나 지지율 20%대의 후쿠다 총리로는 다가올 총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공감대도 여권 내에 형성된 상태였다.

이제 관심은 차기 총리로 모아진다. 현재로선 아소 자민당 간사장이 가장 유력하다. 후쿠다 총리가 지난달 개각과 당정개편 때 정치적 라이벌이기도 한 아소 의원을 당내 서열 2위인 간사장에 임명한 것도 '차기 총리감'을 염두에 둔 것이란 설(說)이 파다했다.

이달 중 이뤄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소 간사장이 당선돼 차기 총리에 취임하면 중의원 해산ㆍ총선거는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와 후쿠다 총리의 발목을 잡았던 여소야대의 참의원을 돌파하려면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확실히 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9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정책법안 처리 여부 등을 보고 신임 총리가 중의원 해산ㆍ총선거 시기를 결심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실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