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환당국이 매도 개입에 나설 '실탄(달러)'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실제로 시장에 추가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2100억달러 아래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실제 투입 가능액은 200억~300억달러 안팎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75억달러다. 지난 6월 말만 해도 2581억달러에 달했지만 한 달 만에 106억달러나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7월에 환율 방어를 위해 공격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결과다. 정부는 8월에는 이전처럼 공격적 시장 개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시장 개입에 나섰고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상당액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외환보유액 중 외환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적정 외환보유액이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통일된 견해가 없다"며 "다만 2100억달러를 넘으면 적정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답변했다. 강 장관이 언급한 2100억달러는 현재 유동외채(만기 1년 미만 외채)와 비슷한 규모다. 외환보유액이 단기 유동외채 이상이면 어떤 상황이든 안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환율 방어에 쓸 수 있는 돈은 7월 말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375억달러,8월에 외환보유액이 상당액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억~300억달러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파생상품 시장인 스와프시장 등을 통해 '실탄'을 조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막상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7월 시장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환율 안정 효과를 거둔 것은 실탄을 많이 사용해서라기보다는 당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며 "반면 현재는 일부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개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개입 여력 충분하다"

정부는 시장 개입용 실탄이 부족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동외채를 기준으로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정하는 것은 굉장히 보수적인 방식"이라면서 "이는 위기가 생겼을 때 유동외채가 일시에 한꺼번에 상환 요구에 몰리고 민간 부문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정부가 보장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동외채를 기준으로 개입 여력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 흐름을 막는 데는 달러 개입이 많이 필요할지 몰라도 '미세 조정'을 하는 데는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