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숨어 있는 차익거래 매도 물량이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1일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한 매수세가 유입돼도 지수가 부진하고 매도 물량이 조금만 나와도 증시 낙폭이 커지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집계에서 누락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차익거래 매도분이 지속적으로 지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차익거래는 현·선물 간의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들인(매수차익거래) 후 나중에 값이 오른 현물을 팔고 선물을 매수해(청산) 수익을 내는 매매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매수차익거래가 유입되면 지수가 오르거나 낙폭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5000억원이 넘는 차익거래를 비롯해 1조원에 가까운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줄이지 못했고,지난달 28일에는 차익거래 순매도 규모가 2000억원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1.32%나 하락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바스켓으로 주식을 산 뒤 절세효과를 노려 ETF로 전환한 물량이 청산될 경우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아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시장베이시스가 장중 0.6 이하로 낮아졌음에도 1.0 이상에서 유입된 7000억원 중 2000억원 정도만 청산됐고 매수차익 잔액이 줄어들 때 ETF 설정액 역시 감소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