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한 달여 전인 지난 7월31일.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제주 하계포럼'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연사로 등장했다. 강연의 주제는 '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인수ㆍ합병(M&A) 전략'.박 회장의 강연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하시는 거죠?" 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상당히 매력적인 회사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포럼 참석자들과 기자들은 대부분 '두산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두산의 이런 자신감 있는 태도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1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자금부담을 덜게 됐다는 측면에서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그만큼 줄었다.

두산의 깜짝쇼는 10여일 후 또다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작년 말 인수한 밥캣의 10억달러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충격은 컸다.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이 줄줄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두산은 그동안 밥캣의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7월 초 두산의 M&A를 총괄하는 이상하 전무는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밥캣 인수 후에 금리가 떨어져 오히려 자금부담이 줄었다"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두산이기에 일부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하루를 남기고 전격적으로 참여를 선언한 현대중공업도 비슷한 케이스.지난 7월 중순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는 곧바로 "인수전에 참여한 진의가 헷갈린다"는 관측을 낳았다. "세계 1위 기업이 그럴 리 있느냐"고 현대중공업은 펄쩍 뛰지만 시장은 의심을 풀지 않는다. 두산과 현대중공업은 지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