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추락 어디까지…" 개인들 투매

1일 금융시장은 오전부터 원화가치ㆍ주가ㆍ채권값이 동반 급락해 공포에 휩싸였다. 원ㆍ달러환율은 9월 위기설을 타고 오전에 1100원을 넘어서더니 오후 들어서자마자 1110원 선까지 순식간에 치솟았고,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증시에서는 개인들의 투매에 이어 기관투자가마저 일부 종목에 대해 로스컷(손절매)에 나서 증권사 일선 점포에서는 거의 손을 놓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우려돼왔던 잠재적 악재들이 모두 터진 양상"이라며 "환율급등이 불안심리를 부추겨 채권값과 주가를 동반 급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우선 환율부터 잡아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원ㆍ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한때 1120원까지 돌파하자 외환딜러들은 "환율 상승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오를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등장한 악재가 있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 환헤지 차원에서 달러 선물을 매도했던 해외펀드들이 최근 해외 증시 폭락으로 오히려 달러 선물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역내외 투자자들도 환율 상승에 놀라 '묻지마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지금 상황에선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레벨을 따지기가 힘들다"며 "환율 상승 심리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채권금리도 장초반 강보합권에서 움직였지만 오후 들어 환율 상승의 후폭풍을 맞았다. 이날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주말보다 0.11%포인트 오른 연 5.88%에 거래를 마쳤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9월 위기설의 핵심인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 연장 여부가 오는 9~10일에는 판가름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불안감이 확대될 수 있지만 그때를 무사히 넘기면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증시

주식시장에서는 장 초반만해도 지난 주말 미 증시 하락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10일째 '팔자'세를 이어가고 원ㆍ달러환율이 1100원대로 치솟자 추이를 지켜보던 일부 개인들이 매물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이날 개인은 3604억원어치를 팔아 지난 5월29일(6001억원)이후 최대 순매도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꼽혔던 1450선마저 맥없이 무너진 후에는 객장마다 망연자실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동양종금증권의 강남지점을 거래하는 한 투자자는 "하한가만 180개에 이를 정도로 시세판이 싸늘하다"며 "이미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는 "부끄럽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제대로 손을 써 보지 못하고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문정동 지점 조모 과장은 "시장 급락을 펀드 가입의 기회로 삼았던 지난해와는 달리 펀드 손실의 고통을 참지 못한 일부 가입자들은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서정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