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빅뱅 등 싱글과 미니음반으로 노출 극대화

"최대한 잘게 쪼개 노출을 극대화하라."
가수가 10여 곡을 수록한 정규 음반을 1~2년에 한장씩 발표하는 시대는 갔다.

요즘 국내 가요계에서는 매년 정규 음반을 내는 가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몇 달 간격으로 2~3곡이 담긴 싱글음반(디지털 싱글 포함)과 5~6곡이 수록된 미니음반을 발표해 여러 곡의 히트곡이 생기면 모아서 정규음반을 내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이미 영미권 팝 시장은 정규 음반 발매 전 싱글곡을 미리 공개하며, 일본도 싱글음반 시장이 형성된 지 오래다.

이런 방식을 도입해 국내에서 성공한 첫 사례는 그룹 빅뱅. 2006년 데뷔 당시 빅뱅은 한 달에 한 장씩 싱글음반을 발표하겠다며 그해 8월, 9월, 11월 싱글음반 3장을 선보였고 차례로 5만5천장, 4만5천장, 4만2천장 등 총 14만2천장을 팔아치웠다.

이어 지난해 미니음반 1집과 2집을 각각 10만장, 11만장 판매한데 이어 8월 발표한 미니음반 3집은 판매량 12만장을 기록하고 있다.

2년의 활동경력 동안 47만2천장에 이르는 음반을 판매하며 '눈물뿐인 바보', '라 라 라', '더티 캐시', '바보',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 여러 히트곡을 보유하게 됐다.

서태지도 좋은 선례다.

4년반 만에 복귀한 그는 두장의 싱글을 낸 뒤 정규 8집을 발표한다.

7월29일 선보인 8집의 첫번째 싱글은 15만장이 팔려 싱글 음반 사상 최다판매기록을 세웠다.

별 역시 두장의 싱글을 선보인 뒤 5집을 제작한다.

9월 중순 낼 5집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라는 큰 타이틀 아래 6월 첫번째 싱글 '쇼케이스'와 8월 두번째 싱글 '비키니'를 선보였다.

신혜성은 3집을 장르별로 쪼개 두장의 미니음반으로 발표한다.

8월26일 공개한 3집의 '사이드(Side)1-리브 앤드 렛 리브(Live And Let Live)'에는 얼터너티브 록, 브리티시 록, 스윙 등 다양한 장르를담았고, 12월 발라드로 채운 '사이드(Side)2'를 내놓는다.

6년 반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1990년대 히트가수 박학기도 8월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다.

10월 음반을 발표할 휘성과 신승훈도 미니음반으로 쪼개 내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휘성은 6집을 두장의 미니음반으로 나눠 선보이는 방안, 신승훈은 스페셜 음반을 세장의 미니음반으로 내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이런 변화는 불황인 음악 시장에서 경제적인 효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규 음반 한장에서 '뜨는' 곡은 많아야 한두곡. 간격을 두고 음원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면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노출 효과가 높아 아깝게 묻히는 곡이 적어진다.

동시에 활동 공백도 짧아진다.

또 음반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여러곡을 작곡, 작사, 편곡, 연주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한두곡에 집중해 품질높은 음원을 생산할 수 있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데뷔 전 일본에 갔을 때 한 달에 한 장씩 싱글음반을 내는 가수가 이슈였다"며 "한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어 우리도 실험적으로 한 달 간격으로 싱글 세 장을 냈고 여러 곡을 동시에 알리는 장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에는 1~2년에 한번씩 노출하는게 뮤지션의 멋이었다지만 지금은 6개월에서 1년간 활동을 안 하면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다"고 덧붙였다.

박학기는 가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디지털 음악 시장이 되면서 음악의 위상자체가 흔들린다고 아쉬워했다.

"과거에는 음반을 알리는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이제 하루 만에 인터넷을 통해 알릴 수 있는 '스피드' 시대가 됐어요.

음악은 이제 유행에 민감한 패션, 액세서리가 됐죠. 그래서 국민가요도 드물어요.

과거 음반은 삶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었다면 이제 음반은 가수 활동을 위해 내미는 명함같이 돼 씁쓸합니다.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