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케(INKEㆍ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가 국내 벤처기업들의 수출 첨병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해외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인케는 벤처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 12월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하면서 탄생했다. 인케는 설립 9년째를 맞은 올해 8월 말 현재 24개국에 35개 지부를 둔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해외 회원만 300명이 넘을 정도로 국내 민간 조직으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에도 방갈로르 지부(인도),타이베이 지부(대만),이스탄불 지부(터키),상하이 지부와 선전 지부(중국),마닐라 지부(필리핀) 등 6곳이 새로 설치됐다. 올해 인케행사는 10월 22ㆍ23일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처럼 인케는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곳곳에 거미줄 망을 갖추고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인케 회원은 대부분 5∼20년간 현지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컨설턴트 변호사 공무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들은 현지의 정ㆍ관계는 물론 재계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강해 발주 및 제품 수요처 등 현지 정보에 강점이 많다. 따라서 국내 벤처기업들은 직접투자,판매제휴,제품기능 보완,증권시장 상장,법률분쟁 해결 등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비즈니스 지원을 받기에 유리하다.

벤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국내 벤처기업들이 인케를 통해 수출한 실적이 5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투자유치 800만달러와 현지법인 설립 4건의 성과도 올렸다. 협회는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총 2억달러의 수출지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케는 2006년 수출지원 1억달러,투자유치 145만달러,현지법인 설립 5건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수출지원 1억9000만달러,투자유치 820만달러,현지법인 설립 5건의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 인케의 주요 실적을 보면 해외 상설 마케팅 오피스인 '코리아 벤처 갤러리'(Korea Venture Gallery)를 현지에 운영하고 있는 모스크바(러시아),지다(사우디아라비아),후쿠오카(일본) 등 3곳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았다. 이곳에서만 올 상반기 중 전체 수출지원 실적의 28%인 14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6년 첫 개설한 모스크바의 경우 코디인터내셔널과 현대유비스의 내비게이션 500만달러어치를 수출지원했고 2007년 문을 연 지다는 한국엑센(USB드라이브) 코디콤(DVR) 루벤스(카페트) 신일프레임(액자),우리벽지(벽지) 등의 수출지원을 통해 60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주선했다. 또 올 2월부터 현지 마케팅을 시작한 후쿠오카도 DVR와 적외선감지기 등 IT(정보기술) 관련 제품을 전시하고 현지 바이어를 찾는 등 수출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코리아 벤처 갤러리가 설치되지 않은 인케 지부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부(의장 오동희)는 최근 국내 벤처기업의 휴대폰 영상 콘텐츠를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오동희 지부 의장은 "금액은 적지만 국내 벤처기업이 남미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지부는 인도네시아 주 방송사업자와 가계약한 한국형 T-DMB의 주파수 배정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기다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차 계약금만 700만달러에 이르고 총액은 3000만달러에 달한다. 또 뉴델리 지부는 현지 업체와 한국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현지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어 조만간 3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킬 전망이다.

벤처산업협회는 오는 10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네 번째 '코리아 벤처 갤러리'를 개설하고 남미시장 진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갤러리 설치 준비에 바쁜 황보 덕 상파울루지부 의장은 "전시공간을 꾸미고 전시 제품을 찾기 위해 한국을 오가느라 분주하다"며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첨단기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35개 인케 지부를 대표하는 홍병철 인케 의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게 인케의 역할"이라며 "벤처기업들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에도 지부를 설치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 인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