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취재여록] 우왕좌왕 청와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지시'가 있었던 2일 오전.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는 한때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재개발 재건축'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사용했다→안했다→일부 사용했다'로 발표내용을 번복하는 바람에 출입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혼선을 빚은 것.

    경위는 이렇다. 청와대가 이동관 대변인 명의로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을 '서면' 브리핑한 시간은 오전 10시.청와대는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재개발 재건축이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국무회의에서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언급한 만큼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내용이었다. 곧바로 상당수 언론이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보도했고 건설 관련 주식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5분 후 곽경수 춘추관장이 다급히 기자실로 뛰어왔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재개발 재건축'이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모두 '건설경기의 활성화'로 고쳐달라"고 발표 내용을 번복했다.

    당연히 기자실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이미 발언이 보도된 후인 데다 청와대 요청대로 단어를 바꿀 경우 '일자리 창출에는 건설경기가 중요한 데 신도시만 발표해서 비판을 받고 있으니,건설경기를 활성화해서 일자리를 늘려라'는게 돼서 동어반복으로 하나마나한 얘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정확한 워딩을 요구했고 곽 관장은 5분 후 "앞부분의 '재개발 재건축'만 '건설경기 활성화'로 고치면 되겠다"고 다시 정정했다. 어떻게 대통령의 워딩을 두 차례나 뒤집을 수 있었을까.

    한 관계자는 "서면 브리핑 후 경제 수석실에서 재건축 관련 발언의 부작용을 우려해 단어를 바꿔야 한다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유야 어쨌든 '경제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청와대마저 우왕좌왕해서 되겠나…'싶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한우 대신 싼맛에 즐겨 먹었는데"…미국산 소고기의 배신

      미국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다. 소 사육 마릿수가 7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떨어져 공급 부족이 극심해진 결과다.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산 소고기값이 오르면서 밥상물가를...

    2. 2

      출산율 반등의 기적…2024년에 아이 낳은 집들은 달랐다 [남정민의 정책레시피]

      2024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75명입니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던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다시 올라간 해였죠.2024년 출산율이 반등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구조에 있습니다. 한 해 70만 명씩 태어나던...

    3. 3

      빌린 돈 못 갚는 중소기업 급증…기보 대위변제 '사상 최대'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보의 중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