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난 괴담' 금융시장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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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자금난을 둘러싼 루머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등과 같은 자금조달 계획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자금난 괴담'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폭락한다. M&A 차질 루머도 기업을 괴롭히는 단골메뉴다. 단지 소문만으로도 해당 기업과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한가로 폭락하는 경우가 하루걸러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최근 환율 폭등과 코스피지수 급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과 맞물려 해당 기업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기업 재무통들 사이에서는 "빈 지갑을 보여선 안 된다","소문에 휩싸이면 죽는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커지고 있다.
2일 동부생명 유상증자 소식이 증권시장에 전해진 이후 동부화재와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하이텍 등 그룹 주가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동부생명이 보험료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 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그룹 자금압박설로 비화된 결과였다.
동부생명은 "현재 128%대인 보험료 지급여력 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 이를 150%대로 높이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동부그룹이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근거없는 루머로 번졌다. 그룹 관계자는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 4~6월 보험계약이 줄어 78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자금위기설에 휩싸일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자금난 '괴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21일 하이닉스반도체가 해외에서 CB(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증권가에는 '하이닉스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이닉스는 9월29일 2006년에 발행한 CB 풋옵션 행사 기간이 돌아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주가는 6.3%나 빠졌다.
지난달 21일 하이닉스가 해외 발행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50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했을 때도 주가는 전날보다 2.3% 주저앉았다. 이후 김종갑 사장이 나서 "1조원대의 현금보유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유동성 위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7월 들어선 초대형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성가를 높여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의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대형 M&A 기업들의 자금난설로 확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31일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들이 나서 유휴자산 매각 등 4조574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고 문제가 된 금호타이어 풋백옵션 인수업체까지 선정했으나 한동안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다음은 두산그룹 차례였다. 지난달 29일 두산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에 1조원의 자금을 수혈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계열사 주가가 폭락한 것.두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모아 기업설명회(IR)를 갖고 "밥캣을 사들일 때 썼던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되는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밥캣의 실적 악화로 유상증자를 할 정도면 두산그룹이 조만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야 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개인과 기관이 투매에 나섰고 사흘간 주가는 30% 이상 빠졌다.
자금난 괴담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1일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건설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경제계는 금융시장의 이 같은 난맥상이 향후 기업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이 같은 양상은 최근 환율 폭등과 코스피지수 급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과 맞물려 해당 기업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기업 재무통들 사이에서는 "빈 지갑을 보여선 안 된다","소문에 휩싸이면 죽는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커지고 있다.
2일 동부생명 유상증자 소식이 증권시장에 전해진 이후 동부화재와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하이텍 등 그룹 주가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동부생명이 보험료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 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그룹 자금압박설로 비화된 결과였다.
동부생명은 "현재 128%대인 보험료 지급여력 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 이를 150%대로 높이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동부그룹이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근거없는 루머로 번졌다. 그룹 관계자는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 4~6월 보험계약이 줄어 78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자금위기설에 휩싸일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자금난 '괴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21일 하이닉스반도체가 해외에서 CB(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증권가에는 '하이닉스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이닉스는 9월29일 2006년에 발행한 CB 풋옵션 행사 기간이 돌아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주가는 6.3%나 빠졌다.
지난달 21일 하이닉스가 해외 발행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50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했을 때도 주가는 전날보다 2.3% 주저앉았다. 이후 김종갑 사장이 나서 "1조원대의 현금보유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유동성 위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7월 들어선 초대형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성가를 높여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의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대형 M&A 기업들의 자금난설로 확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31일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들이 나서 유휴자산 매각 등 4조574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고 문제가 된 금호타이어 풋백옵션 인수업체까지 선정했으나 한동안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다음은 두산그룹 차례였다. 지난달 29일 두산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에 1조원의 자금을 수혈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계열사 주가가 폭락한 것.두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모아 기업설명회(IR)를 갖고 "밥캣을 사들일 때 썼던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되는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밥캣의 실적 악화로 유상증자를 할 정도면 두산그룹이 조만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야 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개인과 기관이 투매에 나섰고 사흘간 주가는 30% 이상 빠졌다.
자금난 괴담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1일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건설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경제계는 금융시장의 이 같은 난맥상이 향후 기업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