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완화와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 하향안정세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으로 높아지면 바로 처분하겠다는 대기매물이 널려 있다. 금리상승에 따른 은행이자 부담 때문에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급매물들이다. 수도권과 지방에선 거주요건 강화방침에 투자자들이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하락세 '명약관화'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도세 완화안이 발표돼 강남권 아파트값은 당분간 바닥을 확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강남중앙부동산의 변옥순 중개사는 "입주한 지 2년 2개월 된 도곡동 도곡렉슬 86㎡는 현재 8억2000만~8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며 "입주 전에 비해 3억원 정도 값이 올랐기 때문이 당장 이 아파트 소유주들 가운데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강남구 역삼동 GL부동산의 표성식 중개사는 "대출부담 등으로 집을 팔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양도세 완화가 되면 내놓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집값 속락을 점쳤다. 대치동의 우리집부동산 이주연 중개사는 "대출부담 때문에 이미 용인 수지나 잠실 전세로 옮긴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중형 아파트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중.대형 아파트의 매물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직격탄 맞은 수도권,지방

최소 2년 거주요건이 추가될 인천,김포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에서도 집값 하락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기 용인지역에선 3년 전에 비해 집값이 이미 1억원 이상 폭락한 상태다. 죽전동 강남공인의 권오덕 중개사는 "매입액보다 1억원 싼 가격으로 급매물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며 "이런 약세장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양도세 완화 이전에 급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며 도미노식 가격하락을 우려했다.

인천에선 이제 막 조성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곳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송도는 아직 교통도 안 좋고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실거주에 비해 투자수요가 많다"며 "실거주가 강화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 해운대구 21세기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양도세율이 완화되면 집주인들이 보다 싼값에 집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내년 이후로 매수를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천안의 114아산공인 관계자는 "수도권의 투자자들이 빠져나갈까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규호/임도원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