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덜 일하고 생산량 유지키로 합의

'10+10'서 '8+9'시간으로… 협력업체 경영난 우려

현대차 노사가 회사 설립 이후 40여년간 유지해온 '10+10시간' 근무에서 '8+9시간' 근무로 전환,밤샘근무시스템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방식은 물론 근로자들의 생활패턴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9월 예정된 새 근무시스템의 도입 과정에서 물량조절,인원 재배치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될 수 있어 노사 및 노노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현대차의 새 근무시스템 도입에 맞춰 대규모 신규 투자와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도 있어 산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40여년 만에 근무시스템 변경

노사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최대 문제점으로 꼽은 생산물량과 임금보전에 대해 합의해 노사 모두 윈윈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생산물량에 따라 근무인원을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이른바 전환배치에 대해 노조가 허용키로 한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다. 현재 현대차는 단체협약상 노조 합의 없이는 근로자의 배치전환과 근무지 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새 근무시스템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 근무시스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사실상 3시간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돼 회사 측이 경영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밤샘근무를 없애기로 해 사실상 3시간 덜 일하는데도 임금은 기존과 똑같이 받기로 해 노조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인데도 일부 강성노조들이 잠정합의안에 반발하고 4~5일께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부결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3시간 근무단축에 임금은 그대로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업체들도 새 근무시스템 도입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전주공장부터 시범 도입키로 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생산라인 조정과 신규투자 등에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주의 한 자동차협력업체 사장은 "현대차는 현대식 컨베이어로 생산라인의 속도를 높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업체는 근무시간대 변경으로 인한 작업환경 개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새 근무시스템에 맞춰 부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력 보강만으로는 부족하며 로봇 등 첨단 생산설비 확충과 이에 따른 공장부지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별교섭 폐해 해소도 과제

무엇보다 올해 현대차 노사협상은 산별체제의 폐해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을 둘러싼 극심한 노노 갈등 등 많은 문제를 남긴 채 막을 내리면서 내년에도 이 같은 부작용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첫 실험에 들어간 금속노조 산별교섭은 중앙과 지부의 중복교섭과 중복파업 등 우려됐던 문제점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노조는 노사협상 과정에서 산별 중앙교섭과 지부교섭 등 이중 교섭과정에서 모두 9차례의 중복파업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임금 8만5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61%)과 성과급 300%에 추가 300만원 지급 등 회사 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 노조의 떼법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