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규제로 뒷걸음치는 경기도] 연천선 軍 동의 없으면 화장실 하나도 못고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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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의 인구는 30년째 줄고 있다. 1980년대 초반 6만8000명 수준이던 인구가 지난해 4만6000명 수준으로 32%나 줄어들었다. 면적이 서울의 1.14배이지만 인구는 서울 시내 웬만한 동 인구 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천군은 사실상 전체지역(98%)이 집을 짓거나 고치는 것도 어려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 수도권에 공장과 대학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마저 중복으로 받고 있어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연천군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으로 연간 손실액이 2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한 중복규제로 경기도에서 지방보다 더 심각한 오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 뛰어난 서울 접근성,풍부한 인적자원,정비된 인프라 등 경기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 국가 경쟁력마저 추락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악화되는 경제지표
수도권에 공장과 대학을 추가로 짓지 못하도록 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받는 곳은 서울,인천,경기 등 3곳이다. 그런데 그 중 김문수 경기지사만 유독 수도권 규제 완화에 목을 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만들어질 당시 서울과 인천엔 이미 미개발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는 60% 이상이 미개발지로 남아있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이런 땅들에 공장과 대학이 들어서는 것이 불가능해져 손과 발이 묶인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580만원으로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 중 8위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는 순위다. 인구 1000명당 사업체 수의 경우 양평이 0.67개로 전국 232개 지자체 중 195위다. 가평은 136위(1.2개) 동두천 113위(1.47개)다. 성남시 과천시 광명시 의왕시 연천군 등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인구마저 적게는 연평균 0.17%에서 많게는 2.4%까지 감소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국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지 중의 요지 땅이지만 중복 규제에 묶여 뒷걸음만 치고 있다"며 "이는 경기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손해"라고 말했다.
◆동북부권 생활수준 지방 이상 열악
경기도 내에서 인구지표 경제지표 등이 특히 열악한 곳은 동북부지역이다. 양평 가평 여주 이천 남양주 광주 등 동부지역은 수도권정비법에다 팔당상수원으로서 중복규제를 받고 있어 지역 경제 침체가 두드러진다.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한강 남한강 북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이곳은 자연환경보전권역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으로 중복지정돼 있다. 이들 지역에선 택지 관광지 공장용지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지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현지에 살고 있는 주민이 아니면 집을 짓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곳이 많다. 노무현 정부시절 유력한 강남대체 신도시 건설 후보지였던 광주 모현면 지역이 신도시 후보지에서 최종 탈락한 것도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영향으로 전국 평균 인구밀도는 1㎢당 489명이지만 가평균은 66명,양평군은 98명에 불과하다.
연천 포천 동두천 의정부 등 접경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규제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법상 통제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집을 새로 짓는 것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고치는 것도 어렵다.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더라도 신축 증축을 할 때 일일이 군당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땅은 전체 경기도 땅의 22%로 비율 기준으로 전국 1위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은경 책임연구원은 "경기 동북부 지역은 생활수준이 전국 평균에도 못미치는 낙후 지역"이라며 "무조건 수도권으로 일괄적으로 묶어 규제할 것이 아니라 낙후지역은 중복규제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