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업계가 증시와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률 급락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거세지면서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티브 맨델의 론파인 캐피털이나 디나카르 싱의 TPG-액손 캐피털,매니지먼트팀 배러켓의 아티커스 캐피털,톰 스티어스의 퍼랠론 캐피털 등 스타급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올 들어 8월말 현재까지 7~25%의 손실을 입었다. 시타델 인베스트먼트의 켄 그리핀이 운용하는 대형 펀드는 올해 6%의 손실을 입어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 중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헤지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상품 시장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오스프레이 펀드는 올 들어 38%의 손실을 낸 뒤 이날 펀드를 청산키로 결정했다. 올해 순익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헤지펀드는 역발상의 귀재 존 폴슨이 이끄는 폴슨&코와 영국 헤지펀드인 브레반 하워드 에셋 매니지먼트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시장조사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헤지펀드업계의 올해 성적표는 이 회사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최악이다. 올 들어 7월까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3%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하락률(-12.65%)보다는 낫지만 리먼브러더스 채권지수 수익률 1.05%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이처럼 운용 성과가 나쁘자 헤지펀드에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줄어들고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 헤지펀드에 유입된 신규 자금은 300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90억달러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헤지펀드업계의 운용자금 규모는 총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들은 투자자들의 환매에 대비해 언제든지 손쉽게 회수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 보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운용 수수료를 통해 엄청난 보너스를 챙겨왔던 펀드매니저들도 헤지펀드업계를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소재 헤지펀드인 페록스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잭 잉글리스는 "헤지펀드에 대한 자본유입은 뚜렷하게 둔화됐다"면서 "연말까지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