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심야근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임금 인상안(기본급 대비 5.7%)에 합의했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파국(破局)을 피하는 듯한 모양새여서 다행스럽다. 특히 근무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유지키 위해 라인별 근무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이른바 전환배치를 노조가 수용한 것은 자동차업계의 오랜 숙제를 풀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솔직히 걱정부터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임금은 올리면서도 근무시간은 줄인 까닭이다. 내년 9월 도입키로 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면 지금의 '주간조 10시간,야간조 10시간' 근무시스템이 각각 8시간과 9시간 체제로 바뀌면서 근무시간이 3시간이나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도 임금은 기존 수준을 지키기로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그동안 노조가 보여온 행태를 감안할 때 생산량이 미달할 경우 임금삭감을 순순히 수용할 것인지,회사측이 실제 전환배치 인사를 할 경우 이를 군말없이 받아들일지는 낙관을 불허한다. 자칫 임금은 그대로 나가면서 근무시간만 줄어드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그럴 경우 그 피해는 회사측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협력업체들 또한 거래 조건 악화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은 덜 하면서도 임금은 그대로 받는다면 회사측은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조건 등을 더욱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무시스템 변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규투자와 생산라인 조정 등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한 협력업체들이 얼마나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현대차 노사는 편법적으로 임금만 올렸다는 비난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성 향상에 매진(邁進)하면서 합의안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환배치는 물론 공정합리화 등의 작업도 불가피할 것이고 보면 노조의 적극적 협력은 절실하기 짝이 없다. 현대차 노사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