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경기 침체,고유가,고환율의 '3중고'에 베이징올림픽 한파,태국 반정부 시위,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표현 강행 등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한국의 3대 해외 여행시장인 중국,일본,태국으로의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중소 여행사 중 해외 패키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고 대형 여행사들도 인력을 재배치하고 무급 휴직제를 도입하고 있다. 여행업계에 나돌았던 '8ㆍ15 만세설(성수기인 8월에도 경영이 어려워 두 손 들고 사업 포기)'이 '9,10월 파국설'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투어는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해외사업본부 인력 50여명을 대리점 영업본부로 전진 배치했다. 이와 함께 남태평양사업부와 미주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일부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를 통폐합하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8월 매출이 17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 이상 줄어드는 등 경영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 매출이 95% 이상 빠졌어도 인력 감원 없이 버텼다"며 "이번에도 영업력을 더욱 키워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무급 휴직제 등을 도입키로 했다.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모두 10억원 이상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2개월 단위로 돌아가며 쉬는 무급 단기 휴직제를 도입했다.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급여를 지급 유예키로 했다. 모두투어 측은 "불황의 골이 깊고 해외 변수 또한 타격이 커 가을 비수기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분간 인력 정예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관광도 사상 최악의 실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는 '업계 3강' 중 유일하게 상반기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까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최근의 불황이 해외 변수에 의한 것이어서 딱히 대응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소규모 인력 재배치를 통해 조직 내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불황 파고를 견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중나모여행은 투어몰을 인수합병하며 공을 들였던 패키지 여행사업부문을 최근 다시 분할해 독립시켰다. 이 과정에서 팀장급 이상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일부 사원들도 장기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