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적정 인수가는 얼마일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산은이 리먼 브러더스의 지분 25%를 60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CNN머니는 "리먼 브러더스의 시가총액은 116억달러에 불과해 제시된 조건대로 딜이 성사되면 산업은행은 시장가 대비 두 배 가격에 구입하게 된다"며 "경영진의 위험한 투자 성향으로 리먼 브러더스에 조만간 닥칠 위기를 감안하면 조건이 지나치게 좋다"고 2일 평가했다.

영국의 FT는 지난달 20일 "산업은행이 50%의 지분을 매입하는 협상을 벌인 가격은 리먼 브러더스의 장부가치보다 50% 높은 수준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리먼 브러더스의 장부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50%의 프리미엄은 지나치다"며 "추가 손실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장부가치에서 할인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협상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은 장부가치와 관련,"현재 실사 중이어서 장부가치가 시장가치 수준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은 "리먼은 그간의 손실에다 향후 40억달러 안팎의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돼 장부가치가 무의미할 수 있다"며 "현재 시장가치는 리먼의 명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 대한 값어치일 수 있는 만큼 시장가치에서 약간 더 쳐주는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3일 "리먼 브러더스를 포함한 해외IB 또는 자산운용사의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성사 가능성 여부를 포함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다 공동 투자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거절하고 있어 산은 인수에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