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설립 이후 8년째 '무노조'인 르노삼성에는 '전환배치 반대' 같은 파업 단골메뉴가 없다.

서울 남대문 르노삼성 본사 16층 회의실에서 3일 만난 이승희 부사장(인사담당)은 "다른 회사들은 노조 반발 때문에 전환배치를 쉽게 할 수 없지만 르노삼성에선 (필요하면 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사원 개개인과 일 대 일로 대화하고 협의하면 해결할 수 없는 노사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르노삼성엔 20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일하고 있지만 노조가 없다. 사원대표위원회라는 근로자 권익보호 기구만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등에 가입하지 않았을 뿐 임금 및 단체 협상도 벌이고 투표를 통해 위원장도 뽑는다. 조희국 위원장은 "공장을 멈추는 대신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이나 이 부사장과의 면담으로 문제를 풀어간다"며 "임단협 때마다 완성차 업체 등을 벤치마킹해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개선 등을 사측에 건의한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정치 파업에 휘말리지 않고 사원들의 실익을 평화적으로 챙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엔 '빅딜'을 겪으면서 독특한 노사문화가 형성됐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2004년 경영난을 겪을 때 근로자 75%의 찬성으로 임금을 동결했다"며 "품질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가 나서서 사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은 지난 8월 1만9255대를 팔아 국내 완성차 4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1일 부산공장에서 8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선 기본급 평균 7만7000원 인상,생산성 격려금 200% 지급(상반기),장기 근속자 처우 개선,의료비 지원 확대 등 4개항에 합의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