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석달여의 산고 끝에 내년 9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전면 시행을 포함한 임금협상에 합의했지만 "이제부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로 공장가동 시간이 줄어든 상태에서 어떻게 생산량을 유지할 것인지,근무패턴 변화에 따른 협력사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노조내 파벌 싸움으로 인해 4일로 예정된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될지도 불투명하다. 노사가 '근무시간을 하루 3시간 줄이지만 임금을 그대로 받는' 파격 조건에 합의했는 데도,일부 강경 세력은 근무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주간 2교대' 4大딜레마
일 덜하고 생산량 유지 어떻게…


현대차 노사는 주야 10시간씩 맞교대하는 근무 방식을 밤샘근무 없는 연속 2교대제(1조 8시간+2조 9시간)로 바꾸되 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세부 방안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생산성 손실없는 1,2조 맞교대가 가능할지,주말 특근은 어떻게 할 것인지,월급제 전환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등을 놓고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은 종전대로 지급하는데 생산량이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게 최대 과제"라며 "회사는 생산량 보전에,노조는 임금 유지에 관심이 더많은 만큼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컨설팅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2007년 기준)은 현대차가 30.1시간으로 도요타(22.4시간)에 비해 훨씬 많아 지금도 생산성이 떨어진다.

공장간 물량 조정 마찰 불보듯

현대차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함께 차종별 수요 변화에 따라 공장 인력의 전환배치와 생산물량 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장별 근로자간 이해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현대차는 일부 생산라인이 놀고 있는 울산 1공장에서 아산공장에서 만드는 쏘나타 일부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아산공장 근로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잔업수당이 거의 없는 완전 월급제가 도입되면 지금과 달리 일감을 다른 공장으로 떠밀려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협력업체 설비 추가투자 부담

부품 협력업체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때 생산물량을 유지키로 합의하자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는 덜었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신규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체들은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됐다. 현대차가 물량 유지를 위해 라인가동 속도를 높이면 서열제품(자동차 조립라인 가동에 맞춰 1 대 1로 공급되는 부품) 업체들은 라인을 증설할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 진합의 이영섭 회장(현대.기아차 협력회 대표)은 "줄잡아 460개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의 절반 이상이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산별노조 압력 갈수록 커질텐데…

기업별로 처한 사정이 다르다며 산별 중앙교섭 참여를 꺼려왔던 현대차는 금속노조의 압력에 밀려 산별 기본협약에 사실상 합의했다. 진행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산별교섭에 나선다는 지난해 합의보다 한발짝 더 후퇴한 것.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매년 조금씩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금속노조의 협상력은 계속 커지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