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새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이 며칠 전 발표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그리고 미래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욕적이고 폭넓은 개선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민과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화도 염두에 둔 균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안 중 법인세율의 인하 및 과표구간 조정，상속세제의 개선，중소기업 가업상속 요건의 완화，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연구ㆍ개발(R&D) 지원 확대 등은 그 동안 기업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온 사항들로서 투자 분위기 조성과 기업 활력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법인세율의 인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이 발생하는 여유자금을 재투자에 활용토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성장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유발해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외자 유치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 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우리의 경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할 경우 27.5%로 중국 (25%)，싱가포르(18%)，홍콩(16.5%) 등 우리나라와 국제자본 유치 측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었는데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단계적으로 24.2%，22%로 떨어져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제의 개선도 기업 의욕을 진작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그 동안 일본과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기업 의욕과 기업가 정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또한 국가 간 자본거래와 거주이전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높은 상속세율은 국부(國富)의 해외유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계적으로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거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추세이다. 호주，캐나다，포르투갈 등은 이미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했고 싱가포르는 올 2월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가장 엄격한 세제를 갖추고 있다는 미국조차도 2010년 한시적으로 폐지할 예정으로 있다.

그리고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한편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일몰제도 폐지하는 등 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했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의욕을 북돋워 경쟁력 강화와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물론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 부분도 없지 않다.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상속주식에 대한 할증과세제도 폐지，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법인세의 결손금 소급공제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올해는 제외됐다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2008년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 시행됨으로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서민 생활의 안정,그리고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타개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