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미국 하면 가장 먼저 마천루가 빼곡한 뉴욕을 꼽는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 등 웅장하고 거친 자연의 서부지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미 서부지역은 뉴욕,워싱턴 등 동부의 현대적인 메트로폴리탄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온화한 기후 속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을 감상하는 게 미 서부지역 여행의 묘미다.

■안개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미 서부지역 여행의 출발점은 샌프란시스코.언덕과 공원이 많고 히피와 게이가 공존하는 자유로운 사회분위기가 대도시 특유의 빡빡함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해류의 영향으로 매일 안개가 끼는 독특한 날씨는 낭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흐릿한 안개를 헤치며 제일 처음 찾은 곳은 금문교.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다. 이름은 금빛으로 가득한 다리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는 빨간색이다. 해안에서 생긴 안개로 인해 아침이나 저녁에 아름다운데 특히 노을이 질 때 다리 색이 금빛으로 변해 금문교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피셔맨즈 워프는 이름 그대로 어부들의 부두다. 갓 잡아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레스토랑이 많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다보니 이벤트나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쇼핑하기 좋은 상점들도 많아 늘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피셔맨즈 워프에서 유람선을 타니 알카트라즈 섬이 보인다. 영화 '더 록'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알카트라즈 감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 코스도 있다.

■푸른 자연의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농촌마을 프레즈노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반 정도 코치를 타고 달리면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나온다. 1890년 지정된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국립공원 중에서도 크고 방대한 곳이어서 차를 이용해 며칠 동안 야영을 하며 공원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머세 드 강 상류의 빙하작용으로 형성된 거대한 바위와 폭포가 장관이다. 하프 돔과 엘 캐피탄,수령 3000년 이상의 올드 그로즈리 거목,요세미티 폭포 등 웅대한 자연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코치를 타고 한적한 농업마을 프레즈노로 향한다. 프레즈노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낙농업 도시로 특히 건포도가 유명하다. 드넓게 펼쳐진 대평원에 자리한 이 도시에서는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한가롭고 여유있는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프레즈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길 중간에 뜨거운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 자리잡은 바스토우를 지난다. 1880년 금광을 찾기 위한 캠프가 설치되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라스베이거스와 LA를 잇는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이다.

■꿈과 환상의 라스베이거스

프레즈노와 모하비 사막을 통과해 코치 여행이 시들해질 무렵이 되면 신기루처럼 라스베이거스가 등장한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이곳은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차를 타고 메인 도로를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한편의 훌륭한 여행이 된다. 메인도로 양 옆으로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가 줄을 잇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호텔의 이름을 대부분 관광지에서 따왔다. 뉴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뉴욕뉴욕,중세의 성 같은 엑스칼리버,에펠탑이 솟은 파리스 등 전세계 도시의 축소판이다.

미국 여행길에서는 밤에 나다니지 말라는 주의를 듣게 되지만 라스베이거스만큼은 예외다. 밤이 더욱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슬롯머신에서 쏟아져 내리는 동전소리와 도박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화려한 쇼와 공연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날이 밝아온다. 참, 퀴즈 하나. 카지노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시계다.

■서부여행의 백미 그랜드 캐년

다음 목적지는 미 서부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그랜드 캐년.그랜드 캐년 비행장에 가면 그랜드 캐년 곳곳을 누비며 탐험할 수 있는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탈 수 있다.

경비행기가 협곡으로 진입하면 탑승자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비행기가 작다보니 많이 흔들려 멀미가 심한 사람은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유유히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과 어우러지는 그랜드캐년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손길이 빚어낸 가장 위대한 걸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콜로라도 강변에 자리잡은 라플린은 최근에 개발된 휴양도시.1966년 라스베이거스의 갑부 돈 래플린이 비행기를 타고 콜로라도 강 상공을 지나다가 이곳의 매력을 발견하고 건설한 도시라고 한다. 이곳 역시 호텔과 카지노 등 유흥시설이 많다.

그랜드캐년=글·사진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