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가장 완벽한 자유경매시장이다. 매 순간 익명의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입찰을 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사람에게 주식이 낙찰된다. 참가 자격에도 제한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입찰자가 많고 그들이 높은 가격을 부를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반대로 입찰자가 적고 경매로 나오는 주식의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이 올라갈수록 입찰자가 많아져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 이 세상에서 거래되는 물건 중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더 많이 사는 것은 아마도 주식과 명품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투자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다.

그럼 주식은 언제 싸질까. 바로 입찰자가 적고 경매로 내놓는 물건이 많아질 때다. 대개 이런 시기는 경기가 어렵고 최근의 '9월 금융위기설'처럼 각종 위기론이 팽배할 때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우리는 지난 7월8일 작고한 세계적인 투자가 존 템플턴 경의 다음과 같은 소중한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전망이 좋은 곳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전망이 최악인 곳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 올바른 질문이다. 주식을 사야 할 때는 비관론이 극도에 달했을 때다. "

각종 지표를 보더라도 현재 주식의 가격은 싼 편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1871년부터 PER와 주가의 상관관계(S&P500 기준)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배 이하에서 주식을 사서 보유할 경우 손실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1년을 보유했을 때는 평균 16.2%,3년은 14.8%였다. 5년과 10년은 각각 15.1%와 14.2%를 기록했다. 또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68%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10개 중 약 7개 기업이 청산가치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PER나 PBR 등의 지표가 투자 의사 결정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투자라는 행위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 기다리거나 추가 투자를 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성공적인 경매 투자 전략은 불황기에 싸게 나오는 좋은 물건을 잡아서 경기 호황에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다. 주식 투자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