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투자 컨설팅업체인 삼경씨앤엠의 정현조 부동산사업부 차장(33)은 처음 찾아온 컨설팅 고객들로부터 놀란 시선을 받을 때가 많다. 대부분 그를 적어도 40대 초반 이상의 중년 남성으로 짐작하고 오기 때문이다. 꼭 그의 이름이 중성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재개발은 부동산에서도 가장 어려운 투자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웬만한 연륜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가뜩이나 '남자들 판'인 부동산 업계에서 여성 전문가를 찾기란 더욱 힘들다.

정 차장은 그러나 지난해 7월 '재개발 뉴타운 투자의 정석'이라는 저서를 내놓으면서 재개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1년여 만에 재개발 투자서로는 드물게 1만부 넘게 팔리며 이 분야의 '교과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 차장은 책 발간 후 강의 요청이 쇄도해 매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신한은행 등 금융권의 부동산 분야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들까지도 그의 수강자들이다.

"어린 나이에 일찍 재개발 분야에 뛰어들었어요.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전문 서적을 탐독하면서 나이 많은 '타짜' 분들을 능가해 보겠다고 악을 썼던 결과인 것 같아요. "

대구 출신인 그는 2003년 결혼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구 이문동에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며 부동산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대구에서 학원강사를 하던 2002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논 터였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별다른 재미를 못본 그는 2004년 재개발 정비사업 전문관리 업체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재개발 분야에 몸을 담았다. 재개발 정비사업 전문관리 업체는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도와 조합 설립에서 준공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행정 용역을 해주는 업체.정 차장은 "전문관리 업체에 1년 동안 있으면서 재개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꿰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재개발 투자 분야 컨설턴트로 나서기로 마음을 먹고 2005년 삼경씨앤엠으로 회사를 옮겼다. 1년여 동안 정 차장의 능력을 눈여겨본 회사 대표는 재개발 투자서 집필을 권유했고,정 차장은 2006년 말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난해 '재개발 뉴타운 투자의 정석'의 저자란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책들은 그냥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발품을 팔아 얻은 정보를 토대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최대한 담았지요. 투자자들이 어디에 들어가면 좋을지 책을 보고 알 수 있게 말이죠."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투자환경에 맞춰 지금 시점에서 재개발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를 물어봤다. 정 차장은 "이제는 사업 초기 단계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다가구를 매수하기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분양을 목전에 둔 조합원 지분이나 일반분양 물량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강북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 다세대.다가구주택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있어요. 과거 서대문구 홍은동 같은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었는데 이런 곳까지 지분값이 급등했죠.올 연말까지는 유망 재개발 지역의 분양 예정 아파트를 노려볼 만해요. "

그는 중구 신당10구역과 서대문구 가재울 3.4구역,은평구 불광7구역,용산 신계구역,구로구 고척3구역 등을 추천했다. 정 차장은 "신당10구역은 위치가 좋은데 의외로 저평가돼 있다"며 "고척3구역은 저평가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지분 가격이 저렴해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초기 지분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양천구 신월동,신정동,구로구 고척동,구로동 등을 추천했다. 정 차장은 "신정동과 신월동 일대는 신정 뉴타운 인근이면서 목동이나 화곡동보다 지분값이 싸다"며 "구로구는 공단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고 뉴타운식 광역개발 호재도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실수요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은평구 대조동이나 녹번동도 추천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고액 투자자들에게만 제시해줄 '투자 팁'은 없을까. 정 차장은 "부자들은 주로 용산이나 뚝섬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들 지역은 현재 거의 끝물"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송파구 삼전동이나 방이동,오금동의 다세대.다가구 및 단독주택 밀집 지역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들 지역은 향후 단독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고 인근 거여.마천 뉴타운 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초구 반포1동의 다세대.다가구도 추천 대상으로 꼽았다. 정 차장은 "반포1동은 개발계획이 많이 잡혀 있는데 현재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는 절대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주변의 말만 대충 듣고 섣불리 매입하거나,가격이 당장 오르지 않는다고 곧바로 처분하는 식으로 투자하면 남는 것은 손해뿐이라는 지적이다.

장 차장은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며 "장밋빛 이야기만 듣고 손쉽게 지갑을 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