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만행 알리랴… 시나리오 쓰랴…

김창권 와인포유 회장(55·사진)은 회사 밖에서 더 바쁜 사업가다. 5일 기자와 만나 내민 명함에는 731부대 한국인희생자(마루타)진상규명위원장,한국조명재활용협회장,시네마엔터테인먼트 회장 등 여러 직함이 적혀 있었다.

김 회장이 731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초.중국 하얼빈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독립투사들의 묘와 731부대의 만행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깨달은 게 많아서다. 그때부터 10여 년간 진상 규명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2월에는 강원도 속초에 마루타박물관을 개관했다. 그는 또 731부대의 만행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시네마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제작사를 설립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김 회장은 2001년 폐형광등의 수은 방출이 사회 문제가 되자 직접 협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현재 폐형광등 수거업체인 에코트랜드와 유리와 수은을 분리하는 한국조명재활용공사를 통해 연간 3000만개의 폐형광등을 재처리하고 있다.

"당시 영세한 형광등 제조 업체들이 폐형광등을 처리하는 건 무리였어요. 줄도산을 막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 회장은 무슨일을 하든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다. 그는 17년째 이탈리아산 와인 '리유니트'(Riunite) 수입만 고집하고 있다. 이게 그의 경영스타일을 웅변한다. 이탈리아 북부 포강 유역의 람브르스코(레드와인)와 비앙코(화이트와인) 품종으로 만든 리유니트는 달콤한 과일향과 발효 과정에서 생긴 천연탄산이 인상적이다.

"미국 유학시절인 1983년 맥주를 마시다 뇌출혈로 쓰러졌어요. 퇴원하던 날 담당 의사가 '맥주 그만 마시라'며 선물로 준 게 바로 '재결합'을 뜻하는 '리유니트'였어요. 맛도 좋았지만 일반 서민들이 쉽게 사 마시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김 회장은 1991년 와인포유를 설립한 뒤 '리유니트' 수입에 나섰다. 그는 리유니트와 함께 다음 달께 저렴하고 품질 좋은 칠레산 와인을 들여와 '비앙코'라는 독자 브랜드로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또 "단순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것보다 후세에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주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 자체가 삶의 보람이 된다"며 '가욋일'의 중요함을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