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악재 충분히 반영"…외국계 시각 '우호적'으로 전환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계 증권사 사이에서 바닥론이 일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은 5일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어 아직 어려운 상황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코스피지수는 바닥권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이치뱅크도 9월 전략 보고서를 통해 "부정적인 이슈들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증권사는 한국 경제가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과 같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음에도 주가는 이미 위기 상황을 반영한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BNP는 "코스피200 종목 중 부채 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이 80%에 달하고 현금흐름도 양호하다"며 "한국은 충분히 위기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부채 비율이 생각만큼 높지 않은 데다 한국은행이 유동성 이탈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경험했던 외환위기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시장이 안정되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 가능성과 낮은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바닥이 임박한 만큼 실적과 주가 모멘텀을 두루 갖춘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릴 만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BNP는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건설주와 은행 통신 내수 등 방어적인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신한지주 대구은행 LG데이콤 LG텔레콤 신세계 등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도이치뱅크는 7월 이후 이익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는 현대모비스 포스코 LIG손보 GS건설 등 대형주 위주의 접근을 권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14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