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4일(현지시간)로 꼭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의 후보 지명을 수락함에 따라 매케인 후보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오는 11월4일 결전일까지 60일간 대혈투에 돌입한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매케인 후보가 맹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인기가 확산될 조짐이어서 앞으로의 판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깊어지는 경기 침체로 유권자들은 경제 살리기의 최적임자를 선택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10월 중순에 걸쳐 모두 네 차례 열릴 오바마-매케인 대선후보 간(3회),조지프 바이든-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간(1회) TV토론회가 승자 선택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살리기가 최대 이슈
뉴욕타임스와 여론 조사 업체인 조그비가 실시한 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어느 전장터에서 결정타를 주고받을지를 잘 보여준다. 설문 응답자의 60%가 경제를 올해 대선의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다. 따라서 누가 현실적인 경제 살리기 해법을 제시해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은 실업률 증가에다 주택시장 붕괴와 이에 따른 신용위기 등 경기 침체에 봉착해 있다.
두 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은 감세,통상 부문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오바마는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연소득 25만달러 이하 가구에만 적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매케인은 모든 가구에 적용하자고 맞선다. 기업 법인세의 경우 오바마가 현행 유지를,매케인은 현행 35%에서 25%로 단계적 인하를 주장한다. 오바마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중산층을 돕자고 말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서도 오바마는 반대,매케인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NBC방송이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한 조사에서 오바마는 경제부문에서 매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 분수령은 토론회
네 차례의 TV토론회는 양측 지지율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최대 승부처다. 오는 26일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의 미시시피대에서 오바마와 매케인이 외교·국가안보 등의 현안을 놓고 벌이는 첫 일합은 서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무대다.
두 번째 토론회는 10월7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열린다.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두 후보의 순발력과 기지를 측정할 수 있는 기회다. 마지막 토론은 10월15일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개최되는데 경제 문제와 낙태,의료보험,교육 문제 등 국내 현안이 주제다. 바이든과 페일린은 10월2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격론을 벌인다.
TV토론회는 전국에 생중계되는 최대 유세장이다. 존 F 케네디,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TV토론회에서 승기를 잡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운명 가를 초경합 지역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 간 운명은 초접전 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서 결정됐다. 득표 차가 유효표의 0.5% 미만이면 재검표한다는 플로리다 주법에 의해 재검표마저 이뤄졌다. 결국은 연방대법원이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 총 득표 수에서 고어는 54만표 정도 많았으나 부시가 플로리다주를 가져감으로써 전국 선거인단수(총 538명)의 과반을 넘는 271명을 확보,대선의 승자가 됐다.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인 오바마와 매케인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일 CBS방송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42%의 지지율로 또다시 동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누가 초박빙 지역을 많이 챙기느냐가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4일 현재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이하인 지역은 오하이오주(선거인단수 20명),플로리다주(27명),버지니아주(13명),미시간주(17명) 등 9개에 달한다. 매케인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등 4곳에서,오바마는 미시간 등 4곳에서 상대방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버지니아에서는 양측 지지율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