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 왜 부결됐나 ‥ 내년 집행부 선거 앞두고 선명성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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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데는 '노노갈등'이라는 노조 내 정치색 짙은 권력다툼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노사가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잠정안 부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노노갈등의 저변에는 현대차지부의 권력을 잡기 위한 노조 내 현장 노동조직 간 세력 다툼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노조 내에는 현 집행부가 소속된 민투위를 비롯해 민노회,민혁투,민주현장,현장연대,공투위 등 10여개의 현장 조직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은 현 집행부에 대한 민노회 등 일부 강성 현장 조직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현 집행부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무파업 임금협상을 이끌어낸 데 이어 연임에 성공,강성조직의 시각에서는 '투쟁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사건건 딴죽을 걸고 나선 것.특히 강성노조 입장에서는 내년 9월 예정된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게 집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강성조직들은 노사 협상 당시 협상장을 전면 봉쇄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현 집행부와 회사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강성조직의 집행부 흔들기에 결단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윤해모 지부장을 비롯한 현 노조집행부의 우유부단함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강성 조직의 반발을 저돌적으로 돌파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향후 협상 전망도 불투명하다. 집행부 조직인 민투위와 반 민투위 조직 등 두 갈래 구조로 나눠지는 노노갈등 등으로 인해 부결 사태까지 이어진 만큼 갈등을 봉합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노조 측에 '최대한의 협상 카드'를 제시한 만큼 보다 진전된 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가 일단 숨고르기를 한 뒤 재협상에 나설 경우 추석 전 타결이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