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도요타의 절반도 안되고 급여는 더 많은데
노노 갈등으로 잠정합의안 부결

국내 대기업 가운데서도 이미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노사가 3개월여 산고 끝에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인도시장 판매에 비상등이 켜진 마당에 노사관계까지 악화돼 회사 경영이 사면초가로 내몰리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지난 4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잠정 합의안을 찬반투표에 부친 결과 4만2886명(투표율 95.35%) 가운데 61.21%인 2만6252명이 반대해 결국 부결됐다. 노사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02년 이후 6년 만이다. 노사는 지난 2일 우여곡절 끝에 기본급 8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 300%,일시금 300만원 지급에 잠정 합의했다.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가경제나 회사 경영은 나몰라라 한 채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겠다는 현대차 노조 내 강경파와 여기에 동조한 상당수 조합원들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해온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사 대립을 부추기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금인상안은 기본급 8만4000원 인상에 성과급 200%,격려금 230만원을 주기로 한 GM대우나 기본급 평균 7만7000원 인상에 생산성 격려금 200%를 지급하기로 한 르노삼성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현대차의 직원 1인당 평균 임금(2007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6660만원으로 삼성전자(6020만원)보다 600여만원이나 더 많다. 포스코(6370만원)나 LG(6194만원)에 비해서도 임금 수준이 높다.

이런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뚝 떨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생산성(2006년 기준)은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29.6대로 도요타(68.9대)의 4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연봉은 5698만원으로 도요타(5496만원)보다 200여만원 더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렵게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조합원들이 노조 내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기돼 버렸다"며 "이제 더 양보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조 내 강경파들은 주야 10시간씩 일하며 맞교대하는 기존 근무 방식 대신 밤샘 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1조 8시간+2조 9시간)로 바꾸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도 노동 강도만 높일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연 평균 임금이 6000만원을 웃도는 국내 기업 가운데 파업과 태업을 밥먹듯이 벌이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돈은 더 받고 일은 덜 하겠다는 억지가 계속되면 회사와 노조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서만 10회에 걸친 정치파업 등으로 3만1000여대(4877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김수언/울산=하인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