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100㎞ 떨어진 차드호.호수 넓이는 한때 한반도의 9분의 1에 달했다. 인접한 나이지리아 카메룬 니제르 등 8개국 주민 수십만명에겐 고기잡이로 삶을 연명하는 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로 사하라사막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차드호는 40여년 만에 20분의 1로 줄었다. 물은 대부분 말랐고 인근 주민들은 식수 오염과 농업용수 부족,그로 인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차드호 문제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재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극지방의 빙하는 빠르게 녹아 내리고,남태평양 도서국들은 가라앉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유다.



# 주목받는 2013년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대응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 감축전쟁으로 구체화됐다. 국제 사회의 첫 실천 계획은 1997년 채택돼 2005년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다. 39개 선진국은 교토의정서에서 1차 이행기간인 올해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5.2%를 의무 감축키로 합의했다.

2013년에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체제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던 개도국들을 의무국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1990년 대비 최대 30%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80% 감축을 공언했고,일본은 현재 수준 대비 60∼80% 삭감을 발표했다.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신흥국가에 대해 의무감축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선진국 개도국 관계없이 감축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장에는 온실가스가 수반된다. 국내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인구,산업구조,신·재생에너지 비중 등을 감안한 201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000만CO₂t으로 예측됐다. 교토의정서가 기준으로 삼는 199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규모는 3억CO₂t이어서 감축 대상은 3억5000만CO₂t이상으로 계산된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미미한 상태에서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된다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상쇄해야 한다. CO₂t당 20~40유로인 배출권 가격을 감안하면 10조~20조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205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억CO₂t으로 추정된다. 선진국 수준으로 1990년 수준의 30%를 줄인다면 감축 규모는 8억CO₂t에 달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 新무역장벽을 넘어라

선진국들의 각종 온실가스 감축 규제는 새로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들이 타깃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당 160g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2년까지 120g으로 줄이는 차량 연비규제를 발표했다. 규제범위를 벗어나는 차량에는 1g 초과 때마다 150유로의 과태료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2015년까지 승용차 연비를 2004년 대비 23.5% 향상시키는 내용의 연비규제를 확정했다.

온실가스 감축규제는 과자류 생활용품 등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명기하는 탄소라벨이 대표적이다. 영국 제과업체인 워커스크리스프는 지난해 4월부터 과자봉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75g'이라고 표시한 제품을 내놓았고,생활화학용품 회사인 부스트스도 샴푸 제품설명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148g'이라는 라벨을 부착했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환경친화적 소비문화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도 탄소라벨 도입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 위기를 그린 오션으로

온실가스 감축은 반드시 비용 요인만은 아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감축해 나간다면 친환경 산업을 성장시키고 신규 투자나 기업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에 따르면 2020년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온실가스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1조유로(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누가 먼저 위기를 기회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이 성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녹 영남대 교수는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는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에너지 강국은 화석연료 부존량이 결정했지만 21세기는 에너지 신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 그린오션이란… ]

환경분야에서 시장을 창출하자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레드 오션'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찾는 것이 '블루 오션'이었다면, 그린 오션은 '저탄소 녹색 성장'이 골격이다.

최근 세계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린 오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GE나 듀폰 등 글로벌 기업들은 환경이 갖는 잠재력을 인식하고 다양한 그린 오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