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이대원,오치균,앤디 워홀 등 국내외 작가 총 161명(생존 작가 36명,작고 작가 85명,외국 작가 40명)의 작품 822점이 점당 4000만원 이상의 고가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옥션과 K옥션,D옥션,옥션M,A옥션 등 국내 5개 경매회사에서 지난해 출품된 미술품 5189점을 한국미술경영연구소(소장 김윤섭)가 분석,7일 발표한 '고가 미술품 경매 리포트'에 나타났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4000만원 이상 미술품및 골동품(제작년도 100년 이상)은 2010년부터 정부의 양도소득세 20% 부과 대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경매 출품작 5143점 가운데 4000만원 이상 고가에 팔린 작품은 모두 822점으로 전체 20.8%인 반면 낙찰액 비중은 낙찰총액 1887억원의 81.5%인 1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술시장에서 '블루칩' 작가로 주목받아 온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이우환 윤중식 김종학 김창열 등 작고 및 원로 작가들의 작품 대부분이 4000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이는 미술품에 양도세가 부과할 경우 신분 노출을 꺼리는 미술품 수집가들이 고가작품 응찰에 참여하지 않아 경매회사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점당 4000만원 이상의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린 작가는 이우환씨로 지난해 낙찰된 112점(낙찰액 284억5580만원) 가운데 무려 79점(209억원)이 4000만~16억원대에 팔려 나갔다. 작품 수로는 박수근씨의 16점(낙찰액 188억원)보다 5배나 많은 것이다. 다음으로 김종학 65점,이대원 56점,김환기 35점,김창열 26점,김형근 23점,도상봉 18점,장욱진 16점,천경자 15점,백남준 13점 등의 순이었다.

중견 작가 작품 중에는 오치균씨의 경우 4000만원 이상 작품이 무려 41점이나 팔려 나가면서 낙찰액만도 59억원을 기록했다. 작품 크기와 관계없이 점당 1억4300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호당 200만원을 호가하는 이숙자씨 작품 '보리밭'시리즈 19점도 각각 4000만~1억3000만원대의 고가에 낙찰됐다. 다음으로 전광영(17점),사석원(16점),고영훈(11점),이왈종(5점),권순철(5점),강요배·박항률(2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젊은 작가로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스타작가' 김동유(3점)를 비롯해 도성욱(2점),홍경택(1점),최소영(1점) 등이 4000만원 이상 낙찰군에 가세했고,외국 작가로는 앤디 워홀(20점),게르하르트 리히터(5점),쩡판즈(4점),베르나르 뷔페(4점),장샤오강(3점),야오이 구사마,프랭트 스텔라 등 40명의 작품 114점이 4000만~27억원의 고가에 낙찰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