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가 비(非)영어권 선수에게 '영어 구술 테스트'를 거쳐 탈락하면 2년간 출전 정지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다. LPGA투어 커미셔너인 캐롤린 비벤스는 5일(한국시간) 출전 정지의 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수정된 정책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벤스는 이날 성명에서 "그동안 선수들의 효과적인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벌칙 규정을 도입한다는 것에 대해 각계 각층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영어 사용 의무화와 관련된 벌칙 규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PGA가 세이프웨이클래식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영어를 못 하면 출전 정지시키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지 2주 만에 이를 폐지키로 한 배경에는 쏟아지는 비판을 일단 피해보자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어 측이 방침을 발표한 뒤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의 언론들이 아시아 선수를 겨냥한 차별 정책이라며 호된 질책을 가한 데다 최경주,파드리그 해링턴 등 PGA투어 선수,로레나 오초아 등 LPGA 선수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후원사들이 결정타를 날렸다. 그동안 투어 측은 '페널티 조항'을 도입하게 된 주된 이유로 후원사들의 요구를 꼽았으나 스테이트팜 보험사 등 일부 후원사들은 이를 시행할 경우 후원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표하고 나서자 '철회'로 돌아섰다.

이처럼 한발 물러섰지만 LPGA 측은 2년간 출전 정지라는 벌칙 규정만 삭제했을 뿐 '영어 사용 의무화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고수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비벤스는 "모든 선수들을 위해 비즈니스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다른 방법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를 위해 비영어권 투어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눈 뒤 벌칙 규정이 없는 수정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州)의 마크 리들리 토머스 주 상원의원과 테드 류 주 하원의원,이반 버크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등 주 정부 및 의회 인사 10여명은 이날 LA 아태법률센터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LPGA의 영어사용 의무화 정책은 '인종 차별적인 처사'라며 일시적인 수정이 아닌 완전한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비벤스 LPGA 커미셔너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에서 "영어는 골프선수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아니다"면서 "언어능력이나 출신국가에 근거한 기회의 제한은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이며 불법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